*건국절의 비밀

건국절에 숨겨진 사연

by 김성수

반 만 년 역사라고 알고 살아왔던 우리에게 건국절 논란은 황당하기조차 하다. 그것도 건국의 역사가 70년이냐, 100년이냐가 논란의 중심이다. 무엇이 옳든 100년의 역사가 안 되는 나라에서 살아왔다니 반만년 단군의 개천절과 배달겨레라는 긍지가 갑자기 왜소하고 초라해진 느낌이다. The Great Korean이라는 대한민국이 고조선,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말 같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건국이 겨우 70년이라고 하니 신생독립국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나라’ 를 단군 이래 특정왕조나 정권을 넘어서 ‘민족’ ‘조국’의 범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근래에 '우리나라'에 대한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 벌어져 심각한 사회적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왜 생뚱맞게 들어보지도 못했던 건국절이란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신생독립국으로 만들고 싶어 할까? 젊은 나라를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을까, 아니면 봉건주의 잔재와 일제침탈의 역사를 털어내고 새 출발을 하고 싶었을까? 혹시 建國節-나라를 처음 세운 날-이라는 뜻을 잘 모른 건 아닐까? 혹시 대한민국 이전의 봉건왕조는 나라도 아니었다는 말인가? 이유야 어쨌든 이러한 역사왜곡은 매우 의도적인 행위로 보여진다. 그것을 유치한 정치인들의 政爭정쟁으로 보아 넘기거나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용어의 혼란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는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보아야 할 가공할 비밀이 숨겨져 있다.


'건국절'은 박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새삼스럽게 강조한 신조어였으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용어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앞서 대통령이라면 역사적 용어에 대한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옳다. 국민 앞에서 헌법전문에 위배되고,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역사적 용어를 사용한다면 역사의식이 부족한 탓이다. 그것이 부주의가 아니라 어떤 의도적 행위였다면 대통령의 역사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 틀림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새삼스럽게 내세운 건국절은 1948년에 비로소 나라를 세웠다는 말이니 그 이전에는 우리는 나라가 없었다는 선언이 아닌가? 조선, 고려, 고구려들은 나라도 아니었던가? 상해임시정부의 이념을 이어받았다는 헌법전문을 부정하고, 구태여 광복절 이후에 다시 세워진 정부수립에, 그것도 북한을 포기한 채 세워진 반쪽 정부에 새삼스럽게 건국의 명분을 주려는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가가 매우 궁금하다.


사실 부끄러운 일이라서 말을 않고 있지만 이승만 정부는 북한을 포기한 채 세워졌다는 점에서 민족분단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물론 당시 북한의 상황으로 보아 정부수립을 무한정 미룰 수 없는 사정이라 했으나 수많은 민족주의자들이 부르짖은 통일정부수립이라는 민족의 열망을 저버린 책임은 모면할 수 없는 역사적 과오이다. 그것도 북한보다 먼저 정부수립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민족의 분단을 먼저 시도한 셈이니 김일성의 공산당 정부보다 그 책임이 더 크다. 중국은 통일중국을 이루기 위해서 건국을 우리보다 일 년을 늦추었다. 단순비교는 어렵겠지만 서둘러 북한국민을 포기한 이승만이 애국자인가, 늦더라도 조국통일을 이룬 모택동이 애국자인가? 평생을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무장투쟁까지 불사하고 통일조국을 위해서 정부수립을 늦춘 김구가 애국자인가, 미국에서 입으로만 독립운동을 하다가 외국인 여자를 데리고 돌아와서는 자신의 집권과 민족의 통일을 맞바꾸고 분단조국을 고착시킨 이승만이 애국자인가? 그런 사람에게 건국의 아버지라며 대한민국을 세웠다는 영예를 준다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망발이요, 역사의 수치이다.


민족의 염원보다는 정권에 대한 욕심이 앞섰던 반민족적인 이승만 정부에게 건국의 영예를 주려는 자들 역시 통일은 안중에도 없이 민족분단을 고착시키려는 세력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들이 하는 짓을 보면 이승만 정부와 매우 닮았다. 그들은 오로지 반공 멸공, 안보를 외쳤을 뿐, 언제 평화통일, 남북대화, 남북교류, 민족화합에 관심을 가졌는가? '가재는 게 편'이라 '게'에게 건국의 영광을 돌리려는 짓이 아닐까? 민족사에 엄청난 오욕의 역사를 끼치고서도 일말의 책임의식마저 없는 자들이 민족화합에 대한 염원을 안보를 내세워 사사건건 용공, 종북, 좌빨로 폄하, 매도하고 있다. 이러한 '가재'들의 터무니없는 건국절 주장에 속아 넘어가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이승만 정부는 친미를 국시로 삼고, 매국노 친일파를 동원하여 신생정부를 꾸렸다. 그나마 이승만 대통령은 반일정책을 견지해 나갔으나 그 뒤 역대 정권들은 여전히 친미주의, 친일파의 본 면목을 감추지 못했다. 매국노요, 기회주의자들에게는 민족주의로서 항일투쟁에 모든 것을 민족에 바쳤던 상해임시정부 세력이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민족주의자들은 자주성이 강하여 만만히 다루기 어려운 상대였으므로 말 잘 듣는 기회주의자, 변절자인 친일파가 십상이었다. 이것은 강대국들이 식민주의나 약소국을 다루는 기본전략이기도 하다. 그러한 미군정하에서 우리나라의 국가수반이었던 백범과 상해임시정부는 이 땅에 설 한 치의 땅도 없었던 셈이다. 金九는 안두희라는 저격수에 암살당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친미 정권이 민족주의자를 용납할 수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에 의해서 희생된 것이다. 몽양, 백범 암살과 임시정부 인사들의 몰락은 우리 역사에 정의는 불의를 이길 수 없다는 통한의 교훈을 준 역사였다. 그리고 친미주의, 친일파를 계승한 역대정부들도 자연히 상해임시정부에 호의적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로서는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는, 항상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헌법에 상해임시정부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내놓고 그러지 못했을 뿐이다.


한일외교 정상화 이후로 일본은 본격적으로 드러내놓고 우리 정부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일협정으로 면죄부를 얻어냄으로써 과거 침략에 대한 부담은 깨끗이 씻어버렸고, 이제는 선진국으로서의 권리와 위엄을 부릴 일만 남아 있다. 그들의 본색은 위안부, 군함도, 원폭 조선인에 대한 대처에 잘 드러나 있다. 위안부에 대한 협정을 서둘러 체결한 박근혜 정권의 친일파 후예들, 이명박 정권의 뉴라이트 세력들은 반민족적인 이적행위자라는 질책을 면할 수 없다. 이명박 정권부터 뉴라이트 들이 친미, 친일을 표방하면서 민족주의자와 상해임시정부 흔적들을 지우기에 골몰하였다. 민족분단을 서두르고, 부정부패로 일관하고, 세계 최빈국의 독재자 이승만 정부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럼으로 해서 껄끄러웠던 상해임시정부를 부정할 수 있었고, 자신들의 최대약점인 친일의 역사적 치부를 감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니 자연히 이승만 정부를 건국공로자를 삼고, 기존의 정책노선을 답습해야 했고, 뉴라이트라는 구호 아래 자신들을 합리화해야 했다. 그리고 민족주의자를 좌파, 종북으로 몰아야 했던 것이다.


물론 영토를 갖지 못한 채 해외에서 임시로 세워진 상해임시정부가 떳떳한 대한민국의 건국이라는 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라를 잃은 처지에서 선열의 숭고한 독립의지를 국가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해서 일말의 미련도 없이 역사에서 지우는 것이 역사의 계승자로서, 통치자로서, 후손으로서, 헌법수호자로서 차마 할 짓인가?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 우리의 건국 연대를 뒤로 끌어내려 신생국으로 만들어 놓는 행위는 일제강점기 친일파 못잖은 매국행위이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를 축소 왜곡시켜 우리의 민족정신과 주체의지를 꺾어보려는 이른바 일제의 식민사관의 연장이고, 그러한 일본의 전략은 뉴라이트들에 의해서 지금도 여전히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던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였으니 그들이 더 활개를 쳤을 것이고, 그 결과 중의 하나가 건국절 역사왜곡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명백한 이적행위요, 여전한 매국행위이다.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의 역사인 일제위안부 문제를 국민 의사에 반하여 그렇게 서둘러 봉합한 박정권의 한일협약은 친일행위가 분명하다. 강제징용자에 대한 보상청구권을 묵살해온 것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가 일본에 당하고 있는 굴욕도 그들이 저지른 친일행위의 결과이다.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익과 외교에 엄청난 손해와 파장을 불러일으켜가며 날치기 수법으로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THAAD배치를 서두른 것도 뉴라이트들의 친미행위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태극기 집회에 성조기가 주인행세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얼빠진 위정자들에게 나라를 맡겼으니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었음에 틀림없다.


가장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자부하는 이른바 중도세력들은 작금의 건국절 논란을 아무런 실익과 의미가 없는 정쟁일 뿐이라고 점잖게 비판한다. 그럴 듯한 말이지만 역사적 실체를 안다면 이는 무책임하고 무감각한 무사안일, 현실도피에 가깝다. 지금 우리는 민족과 국가와 정부와 정권을 혼동하고 있다. 민족은 우리 언어와 혈통이 유지되는 한 한반도가 없어져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스라엘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가는 국민, 주권, 영토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영토를 상실해도 성립된다. 세계적으로 전쟁으로 인하여 타국에 임시국가를 유지해온 예를 모두 국가로 인정해왔다. 상해임시정부는 비록 외국이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전제하여 세워졌음에 틀림없다. 설령 남이 인정해주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이 민족적 책무인데 하물며 스스로 그것을 부정하고 건국절을 내세우는 것은 역시 매국행위에서 멀지 않다.


정부란 국가를 전제한 통치조직으로 국가의 하위개념이다. 해방 후 남한정부와 북한정부가 양립되었던 것이 그 사례이다. 지금도 우리는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도 국가와 정부는 같지 않다. 정권이야 당연히 정부의 하위개념이다. 한 정권이 정부를 장악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의회민주주의나 내각제에서는 복수의 정권이 정부를 장악할 수 있다. 결국 1948년은 이승만 정부의 수립이지 대한민국 국가의 건국이 아니었다. 1919년은 대한민국의 건국이자 임시정부의 수립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구태여 건국이라고 강조하지 않은 것은 단군 이래 우리의 국가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믿어왔던 민족적 자부요, 긍지였다. 반만년 역사 가운데에 ‘건국’이란 용어를 어느 시점에 고정시킨다는 것 자체가 민족의 존엄을 손상시키는 위험한 짓임을 알아야 한다. 새삼스러운 건국절 논란은 우리의 민족적 긍지가 흔들리고, 용어의 기본 상식조차 모르는 무지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부끄럽고 슬픈 자화상이다. 아직도 그들의 본질을 모른 채 이른바 보수라는 명분에 홀려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남아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보수란 특정 정권이나 진영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가치있는 역사를 지켜내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건국절 논란이 명쾌히 정리되지 않고 수면에 잠긴다는 것은 우리 역사가 바로 서지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좁은 소견이나마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이 글을 올린 지가 오래 되었지만 잘 읽히지 않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으로 일부를 수정하여 다시 발행하는 것이다. 바라건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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