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江仙
蘇軾 1037-1101
동파에서 밤술을 깨고 또 취하다가
夜飮東坡醒復醉
돌아와서 보니 삼경인데
歸來彷佛三更
아이놈은 코를 골며 곯아떨어졌다.
家童鼻息已雷鳴◉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대답 없으니
鼓門都不應
지팡이 짚고 강물소리나 듣는 수밖에.
倚杖廳江聲◉
내 몸이 내 것 아님을 한하노니
長恨此身非我有
어느 때나 삶의 고단함에서 벗어나랴?
何時忘却營營
밤은 깊고 바람 그치니 물결도 잠잠하다.
夜闌風整穀紋平◉
조각배 타고 나아가서
小舟從此逝
저 물에 인생을 맡겨볼거나.
江海寄餘生 ◉
마치 산문처럼 담박하게 시를 읊었다. 赤壁賦(적벽부)와 같은 이런 시적 태도는 감상에 치우친 다른 송사와는 품격이 매우 다르다. 이런 시풍의 詞를 格調派(격조파)라 부르기도 한다. 송사의 주류인 婉弱派(완약파)가 청승맞은 낭만시라고 하면 豪放派(호방파)는 호기로운 시이고, 격조파는 청승과 호기를 벗어난 격조높은 품위라고 하겠다. 코를 고는 아이놈은 구양수의 秋聲賦(추성부)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한다. 江聲 또한 그 秋聲과 그 이미지가 다르지 않다.
夜飮 밤술. 東坡 소식이 귀양갔던 杭州 西湖에 있는 언덕. 지명을 따서 자신의 自號(자호)로 삼았다. 명품 중국요리인 동파육(東坡肉)은 여기에서 소식이 개발하였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醒 술 깨다. 復醉 다시 취하다. 술을 많이 마셨다. 술꾼의 낭만적인 멋을 드러냈다.
歸來 돌아오다. 술을 마시느라고- 彷佛 비슷하다. 거의. 三更 11시 - 1시, 깊은 밤.
家童 심부름 하는 아이. 우리 시조에도 자주 등장한다. 鼻息 코를 골다. 숨을 쉬다. 已雷鳴 이미 코를 고는 소리가 천둥소리 같다. 깊이 잠이 들었다. 이 장면은 구양수의 秋聲賦를 연상케 한다. 작품 말미에 童子莫對 垂頭而睡- 동자는 대답이 없이 고개를 박고 잠이 들어있었다. 소식은 구양수의 추성부가 생각났을 지도 모른다. 중국시는 이러한 표절을 탓하지 않고 用事典故라 하여 오히려 귀하게 여겼다. 중국인들이 가짜를 잘 만들고, 표절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것은 이러한 전통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鼓門 문을 두드리다. 都不應 도무지 대꾸가 없다. 산문적이고 해학적인 장면.
倚杖 지팡이 짚다. 廳江聲 강물 흐르는 소리를 듣다. 깊은 생각에 빠졌다.
長恨 길이 탄식하다. 此身 이 몸. 非我有 내가 아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인생살이. 心不由意. 마음이 뜻과 같지 않다. 何時 어느 때. 忘却 잊어버리다. 營營 세상사에 분주한 삶, 번거로운 인생.
夜闌 깊은 밤. 風整 바람이 잦다. 穀紋平 잔잔한 물결.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음. 관조의 세계.
小舟 조각배. 從此逝 배를 저어 떠나다. 현세를 벗어나다.
江海 강과 바다. 물의 세계. 자연의 섭리. 寄餘生 남은 인생을 맡기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히 명상에 잠기는 격조의 품격이 느껴지는 宋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