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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jamin Coffee Oct 15. 2020

이사

10.15

를 한다.


내일이다.


3년 가까이 살았다.


5분 거리에 떨어진 오피스텔이다. 조금 더 넓다.


1시간 정도 짐을 싸다가 쉬고 있다.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 한 켠을 가득 채웠던 옷걸이를 제거했다. 분명 넓어졌는데 탁 트였다, 보단 휑하다는 느낌이다.


책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박스 5개를 꽉 채웠는데 아직 반도 못 치웠다.  


며칠간 이 책들을 생각하 "쓸데없이"로 시작하는 문장 몇 번이 돌았다.


대학로에서 이곳에 올 때는 당연히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했더랬다. 팔아버려라, 는 누군가의 말에는 벌컥 성질을 냈다. 본가로 갖고 내려가자, 는 말도 한 귀로 흘렸다.


무시받는 것만 같았다.  


모르핀을 가득 삼키던 벤야민의 심정이 그랬을까, 라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해본다. 그때의 나는 자의식이 넘쳐났다.


그 누구에게도 나를 빗대지 않았다.


내일 점심에는 자장면을 먹을 예정이다. 탕수육도 시키지 않을까 싶다.


맥주를 한 캔 깠다. 이곳에서 마시는 마지막 술이다.


별다른 감상은 없다. 그냥 술이 땡겼을 뿐이다. 늘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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