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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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jamin Coffee

은 대방역 근처에 있는 호프집이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가게 되는 곳이다.


이름의 뜻은 잘 모른다. 궁금하지도 않았으니 물어볼 일도 없다.


밝을 명, 에 거울 경 자인가 싶다. 아무렴 어떤가.


지하 1층인데 지상에서 바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면 무엇보다 '화양연화'의 멜랑콜리함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지만,


명경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그것보다는 뭐랄까


음침한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벽과 천장도 푸르고


바닷가 근처에 가면 바다비린내가 얼핏 나듯,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다보면


눅진한 곰팡이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누군가에게 이 곳을 소개할 때


후라이드 치킨을 시키면 두 시간이 지나 나오는 곳


이라고 한다. 실제로 두 시간까지 걸리진 않겠지만 그런 것만 같다.


치킨이 나오기 전까지 색 바랜 소파에 앉아 생맥에 뻥튀기를 주워먹다 보면 금세 배가 부른다.


가끔씩 주인 아주머니는 손님들의 신청곡을 받고선 키보드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마이크는 주취자가 번갈아 잡기도 한다.


아주머니가 키보드를 치는 것이 아니라, 척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리 최근 일은 아니다.


열심히 움직이던 손가락들이 가끔씩 박자에 어긋났고, 어느샌가부터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서도 키보드에서는 연주가 흘러나왔다.


어제 저녁에 주고받은 얘기다.


일기를 쓰다보면 하루종일 이야기를 수집하게 된다.


매일같이 쓸 얘기가 있나 싶겠지만


지나치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면 놀랍게도 꼭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깨나 많다.


상당수는 결국 잊히는데


그것 또한 이야기를 대하는 나쁘지 않은 태도겠다.




22시 34분 ~22시 44분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