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enjamin Coffee May 30. 2021
청계천변 옆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먼저 보이는 것은 남도 음식점의 빨간 입간판이다. 좀 더 걸으면 막다른 길이다. 정갈하게 널린 쓰레기들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돌아서야 색 바랜 막내횟집의 간판이 큼지막하게 보인다.
작정하고 찾아가지 않는 이상 근처에도 갈 일 없는 곳, 지나치다 우연히 찾을 일이라고는 결코 없을 가게다.
이른 시간이지만 당황스러움은 없다.
5만 원이 안 되는 모둠회 ‘중’자를 시키고는 “여기가 맛있냐”고 물으니 “안 와봤냐”고 쏘아붙이듯 되묻는다. 남대문에 있는 가게랑 같은 곳이냐는 물음에는 부쩍 작아진 목소리로 맞다, 고 답한다.
본점의 후광에 기생하는 분점의 주저함이랄까.
좁은 화장실 문 옆에 맥주와 소주로 가득찬 술장고가 있다. 이미 들어간 사람을 기다리면서도 술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나와 처음 보이는 것도 술장고와 그 안에 시원하게 놓인 술병들이다.
5시가 채 안 됐는데 손님이 가득이다.
숨겨진 이 가게를 기어코 찾아왔으니 시간은 아랑곳 않고 작정하고 술을 딴다. 그러니 회 한 접시 시켜두고 술만 마시고 있으면 언젠가는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한다. 종업원이 자객마냥 조용히 옆에 붙어와 “이제 가셔야 한다”고 말하더라도 당황할 것 없다. 빈정 상함의 대가로 사이다와 콜라 캔을 서비스로 준다고 해도 덤덤하게 가게를 나서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