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가 독일에 간다. 한국이 싫어서, 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오래전 나는 어느 글쓰기 모임에 S를 초대하고는 '마라톤 하듯 글을 쓰는 친구'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저녁 장소로 무교동 비어할레를 제시했다. 약간의 유머와 가벼운 존중을 담은 제안이었다. S는 "학센이라면 좋다"고 화답했지만, 직장가라 그런지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대체할 곳을 찾던 S가 제시한 곳은 황학동의 웬 건생선집. S가 보낸 갑오징어 직화구이 사진을 보고서는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재래시장 중간 길목에 있는 가게는 노포라기에는 건물이 제법 신식이다. 노포를 찾는다면 깔끔한 외관에 그냥 쓱 지나쳐버릴 정도.
5시 30분에도 자리는 제법 차 있었고, ‘가격이 생각보다 나가는데 다른 데서 식사를 하고 이동할까’는 S의 제안을 수용하기에는 남은 두 테이블마저 조만간 차버릴 것 같았다.
앉자마자 밑반찬들과 배춧국이 나온다. 된장 베이스인 듯한 배춧국은 헛헛한 배를 채우고 추위가 감싼 몸을 달구기 딱이다. 들깨로 버무린 고사리와 진미채도 별미라 몇 번을 다시 떠먹게 된다.
갑오징어 ‘소’자가 품절이라 3만 원이 넘는 ‘중’자를 시킨다. 소나 중이나 어차피 같은 갑오징어를 얼마나 주느냐의 차이일 텐데 왜 소자만 품절인지 의아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장사가 잘 되고 아쉬울 것 없으니 그렇게 정한 것으로 넘어가고.
생각보다 양이 많다. 갑오징어가 통통하고 조각조각이 커서 금방 먹을 것 같으면서도 약간은 질기면서도 퍽퍽한 식감에 수월히 넘어가지는 않는다. 생맥주 한 모금, 배춧국 한 숟갈과 번갈아 먹다 보면 충분히 ‘중’자 하나만으로도 둘이 배를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