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
에 영화관에 왔다. 얼마 전에 안경을 샀기 때문이다. 인과관계로 두 문장을 이으려니 어색하지만 뭐, 사실이니까.
이상일 감독의 '분노'를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곡성'이 떠올랐다. 투박하게 말하면 '분노'는 판타지를 벗어던진 본격 추리 멜로드라마판 '곡성'이다.
두 영화를 모두 가로지르는 주제는 '믿음'이다. 그렇지만 이를 형상화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곡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종잡을 수 없는 게임을 벌인다. 반면 '분노'는, 비록 처음에는 다소 전략적으로 관객의 혼동을 꾀어냄에도, 마지막에는 일목요연하게 정답과 오답을 나눈다. (나는 이런 전개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는 세 가지 이야기를 교차편집하는 구성과도 맞닿아 있기도 하다.
이렇게 '분노'에는 스펙트럼이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분노'는 '곡성'에서는 다루지 못한, 일종의 메타적 층위의 메시지를 담는다. 이를 내 식대로(엄밀히는 라캉의 말을 빌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믿지 않는 자가 믿는다."
물론 이건 금주일기다. 오늘은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