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
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한다. 막걸리를 홀짝이며 미인은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취한 건지 매운 건지. 꼰대가 되기 시작한다.
미인과 '라라랜드'를 봤다. 올 초에 이미 봤던 영화다. 당시 나는 부산 CGV에 있었다. 재개봉했다는 소식에 냅다 동대문으로 향했다.
창신동 매운족발로 갔다. 미인과 나는 매운족발 뒷다리살과 장수막걸리 2통을 먹었다. 벽 한켠에 붙어있던 포스터가 무색하게 가게에서는 복숭아막걸리와 바나나막걸리가 1통도 없었다. 제조사에서 새로운 제품을 내놨는데 요새는 그것만 들어온단다. 술병 모양과 색이 모두 예쁜 제품이었다. 주문할까 하다 도수가 너무 높아 그만두었다.
나는 미인이 이정도로 매운 것을 못 먹을 줄 알지 못 했다. 귀가 아려온다는 미인은 물과 막걸리를 번갈아마시며 뜨거움을 달랬다. "왜 물을 마시면 더 맵냐"며 미인은 연신 침을 삼켰다. 나는 네이버에 검색한 한 뒤 본 대로 알려주었다. 그러냐, 며 미인은 한동안 막걸리를 홀짝였다.
매움과 배부름에 족발을 더 이상 넘기지 못할 즈음 나는 라라랜드의 엔딩씬이 어째서 영화의 비극을 극대화하는지 얘기했다. 비유컨대 그것은 커튼콜 이후 다시 극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잠자코 듣던 미인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어렴풋이 알겠지만 이 영화는 비극이 아니다, 고 말했다. 미인은 라라랜드가 슬프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