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은 깔깔이를 싫어한다. 미인은 한숨을 쉬며 후리스를 사줄 테니 이제 그만 깔깔이는 놓어주자고 했다. 나로선 어차피 집에서만 입는 건데 후리스나 깔깔이나 뭐가 다르냐는 입장이었지만 굳이 사준다는 것을 말릴 이유도 없어 일단 알겠다, 고 했다.
다만 나는 그렇다면 일요일 우리가 만나기 전에 사이즈를 물어올 테니 그때가 되면 최대한 빨리 L, 이라고 답해 미인이 옷가게에서 낭비할 시간을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예상과 달리 미인은 나에게 사이즈를 묻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이제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미인이 나의 사이즈를 짐작해서 사올 후리스가 작거나 클 경우였다. 나는 최대한 미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일단 꼭 맞는 듯 입고 핑계를 대 영수증을 받아내 교환을 하는 쪽으로 행동할 계획을 짰다.
미인은 거듭 예상을 빗겨갔다. 미인의 빈 손에 나는 말린 안개꽃을 쥐어줬다.
오늘 밤은 깔깔이다.
* 미인은 조만간 후리스를 사오겠다고 벼르고 있다. 깔깔이와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다.
술병이 난 미인과 '화양연화'에서 뿌팟봉커리와 두 글자짜리 볶음밥을 먹었다. 술은 마시지 않았다.
2차로 익선동 모술집에 갔다. 술뿐만 아니라 커피와 음료도 파는 곳이었다. 미인은 12시간도 더 지났음에도 술이 깨지 않아 자몽쥬스를 시켰다. 6시 이후에는 음료는 안 된다는 알림문구를 보지 못한 채였다. 잠시 고심하다 미인은 논알콜 모히또를 시켰다. 나는 '스텔라' 2잔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