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njamin Coffee Jul 26. 2019

호날두

7.26

미개하다는 건 부끄럽다, 또는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말을 사회학적으로 그럴듯 하게 포장한 표현이다.


"나는 너가 부끄럽다"거나 "너는 왜 부끄러움을 모르냐"는 말은 보통 어떤 사회적 기준에 닿지 않는 행위나 발언을 하는 경우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사회적 기준이라는 것은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여겨지는' 어떤 관습이나 전통이다. 엄밀히는 그 시스템을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내재적이면서도 심리적인 기제다.


그러니까 미개하다, 는 표현은 그야말로 중층적이다. "너는 왜이렇게 미개하냐"는 말 하는 사람은 '나야말로 이 시스템의 적(응)자'라는 위치를 부여받는 동시에, 그 시스템은 이 사람 덕분에 불만, 슬픔, 걱정, 분노 등이 집약된 '불온'한 저항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 반대로 미개하다, 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방어적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만큼 궁지에 몰린다. 쉽게 말해 '프레임'에 씌워진다.


45분을 뛰기로 약속한 호날두가 뛰지 않았다. 관객들은 야유를 보냈다. 호날두는 뭐 문제 있냐는 표정으로 일관했다. 이들에게 미개하다, 쪽팔리다 는 비난이 일었다. 이들을 향한 비난은 정확히 일본 제품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조소하는 목소리와 일치한다. 월호를 기억하는 이들을  부적응자라거나 사회의 진보를 방해하는 걸돌로 취급하며 사회에서 배제하려는 사람들과 다를  없다.


니들이 아무리 난리쳐봤자 바뀌는 건 없다. 오히려 국격만 실추시킨다. 러니 제발 "가만히 좀 있어라."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이런 말과 움직임 자체가 호날두(또는 주최측. 사실관계는 아직 모르겠다)의 건방짐과 일본의 극악무도함을 대변하는 것임을. 자기들은 중립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처럼 떠벌리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


스템이란, 프레임이란 당신네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이브하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 기묘한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