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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jamin Coffee Sep 17. 2019

New York 13

13.8

시간 난 김에 내일 일정인 링컨센터를 오늘 가기로 했다. 센트럴파크의 동편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찌나 넓은지. 동서를 가로지르는데도 거의 30분 걸렸다.


문화의 중심지답게 멀리서부터 음악소리와 왁자지껄 사람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을 빨리해 이 모든 소란의 근원지로 들어섰다. 처음 눈에 띄는 건 장터였다. 플리마켓인 듯 일렬로 쭉 천막들이 연달아 쳐있었다. 슬쩍 들여다봤는데 별로 흥미로운 건 없었다. 대부분 음식 팔고 있었다. 장터를 지나자마자 링컨센터의 건물들이 보였다. 옆에는 줄리어드스쿨이 있었다. 찾아보니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줄리어드음대라고 한다. 문화의 중심지 바로 옆에 있는 학교에서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은 얼마나 복될지. 우리나라로 따지면 예술의전당 안에 있는 한예종 정도가 아닐까.


웅장하고 거대한 링컨 센터. 분수도 있었고 도서관도 가봤다. 도서관 안에는 예술 관련 서적들과 DVD 등이 있었다. 그 수요가 웬만한 도서관 못지않았다. 하긴 예술의전당에 있던 도서관도 깨나 넓었지.


마침 도서관 바로 앞에서 음악공연이 있었다. 건물 안까지 꽤 큰소리로 음악이 들렸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도시 주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귀로 눈으로 예술을 만끽하고 있었다. 시간이 더 남아 공연이나 보고 가기로 했다. 꽉 들어찬 무대 뒤 편 나무둥치에 걸터앉아 리듬을 타며 공연을 봤다. 우리 말고도 주변에 드러누워 따사로운 햇볕과 풍성한 공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연은 여자 보컬이 이끄는 밴드였는데 옷차림새나 말투, 음악 등이 히피문화를 연상케 했다. 무슨 밴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 네다섯 곡쯤 부르고 공연이 끝이 났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저녁을 먹고 구겐하임으로 가기로 하며 링컨센터를 떴다.





다시 센크럴파크를 동서로 횡단해 버거파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여행 오기 전 뉴욕에서 싸고 맛있는 맛집들을 찾아 리스트를 인쇄해왔는데 중 하나였다. 테라스 좌석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안쪽은 깨나 한산했다. 아마 여름이라 손님들이 테라스를 선호하는듯했다. 버거파이 두 개와 프렌치프라이, 그리고 생맥주 두 잔을 시켰다. 특이하게 진동벨을 주면서도 주문자의 이름까지 물어봤다.


 이름이 여간 설명하기 어려운 터라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하던 중 L이 아임 리, 라고 말했다. 이럴 땐 단순한 게 좋은 것 같다. 몇 분 안 돼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식당의 조명 아래에서 밥을 먹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모양새도 냄새도 먹음직스러웠다. 맛도 만족스러웠다. 더구나 저번에 노상에서 눈치 보면서 먹었던 캔맥주에 비해 식당에 버젓이 앉아 시원한 에어컨을 쐬며 마시는 차가운 생맥주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구겐하임 도네이션 시간이 다 돼 서둘러 뒷정리를 했다.





설마설마했는데 구겐하임을 둘러싸고 있는 길디 긴 줄이 다 도네이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더니. 너무 심한 비유인가. 어쨌든 처음 보이는 것보다 줄은 훨씬 길었다. 코너를 세 번이나 돌고도 반 블록 이상 가야 됐다. 거의 구겐하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수준이었다. 코너를 돌 때마다 헛웃음이 헛헛 나왔고, 마지막 줄 뒤에서 돌아온 길을 생각하자 아찔하니 망연자실. 그래도 우리 뒤로 오는 사람들의 표정들 볼 만했다. 인종을 초월한 볼거리였다. 줄이 생각보다 금방 줄어들어 금세 미술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역사니 사람들이, 좀 과장해서 발 디딜 틈 없이 많았고 센트럴파크를 여러 번 가로지르며 몸도 고단해있던 터라 뭔들 눈에 잘 들어올 턱이 없었. 대충대충 훑어보고 순식간에 미술관을 빠져나왔다. 그러고 보니 미술관 초입에서 찍은 것 말고는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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