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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Apr 09. 2023

사내 정치 드라마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

일만 하게 해 주세요

스위스 블라우제



지난 금요일 늦은 오후, 미국 팀장으로부터 간략한 메신저가 왔다.


“너 다음 주에 특별한 계획 있어? 바르셀로나로 출장 가능하니?”


이미 그전부터 새로운 팀 조직의 킥오프 미팅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계획되어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임 미국 팀장이 내게 참석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짐작은 했었다. 하지만, 금요일 오후까지도 딱히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서 아직 내가 공식적으로 참석할 미팅은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어느 정도 해당 스케줄을 비워뒀긴 했지만.


미팅 참석 요청을 받은 후 몇 시간 만에 부랴부랴 항공권을 알아보고, 직항 비행 편의 거의 마지막 좌석을 구해 극적으로 일요일 밤에 바르셀로나로 날아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현 매니저와 신임 매니저와의 갈등은 심화되었다. 현 매니저는 본인이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본인 팀원의 일방적인 출장 요청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고, 신임 매니저는 이미 현 매니저의 윗선에서 정리를 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둘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어 절정으로 치달아 가는 것이 분명했고, 난 고래 싸움에 새우깡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팀 미팅 첫날, 신임 미국 팀장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팀 합류 제의를 받았고, 간략하게 새로운 업무와 나에게 보고하게 될 새 팀원에 대한 소개도 들었다. 이미 사전에 어느 정도 비공식적으로 공유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싫다고 해서 팀 이동이 변경될 수 있는 시점도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회사 조직 문화는 유럽과는 달라서 겉으로는 부드럽게 말하는 것 같지만 매니저와의 수직 상하 관계가 뚜렷하다. 또한, 피드백 전달의 경우에도 초반 95%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마지막 5%에 But!으로 시작한다면, 앞에 늘어놓은 이야기는 이 마지막 이야기를 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불과하다. 앞부분의 좋은 이야기는 잊어버리더라도, 이 마지막 5% But 부분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 부분이 정말 매니저가 하고 싶은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 매니저는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팀원도 잃게 되고, 더불어 그 과정에서 생겨난 리더십과의 불편한 갈등으로 인해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순탄치 않게 될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룩셈부르크를 포함한 유럽의 아마존 직원들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layoff가 어렵다는 것이다. 덕분에, layoff 대상자도 적고, 대상이 되더라도 진행속도가 느려서 다음 행선지를 찾아볼 시간적 여유가 있다.


새로운 팀과 만들어낼 시즌 2의 내용은 정치 드라마가 아닌 비즈니스 케이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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