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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Apr 21. 2023

노후 계획: 투자와 보험?


로드 트립 이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로에서 날아온 돌에 맞아 차 앞 유리에 금이 갔다. 일명 돌빵을 당한 것인데, 전면 유리 교체를 위해 대략적으로 견적을 알아보니 약 1,200-1,600유로 정도 하는 금액이다. 룩셈부르크도 마찬가지로 자동차 보험이 의무인데, 마침 최근에 연락했던 보험회사 직원에게 문의해 보니 claim을 하고 편한 곳에서 수리를 맡기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보험료 할증도 따로 없고, 전체 수리비 중에서 250유로 정도만 지불한다는 계약된 보험 약관을 확인했다. 보험 가입할 때 눈여겨보지 않았었는데, glass breakage가 보장 내역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참 안심이었다. 집 근처 자동차 대리점을 가장 빠른 시일로 예약하고 수리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험과 투자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투자 위주의 구성이었는데, 이제 슬슬 보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궁극적으로는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최근 경기 악화와 근로 노동의 불안정성을 느끼게 된 것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지난 1여 년 동안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는 노후 계획이었다. 물론 은퇴의 시점에 따라 그 계획도 유연하게 바뀌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향후 어려움이 덜 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이다. 나에게 은퇴의 정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때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고, 아닌 것일 수도 있다. 즉, 수익을 낼 수 있느냐 없는 냐는 반드시 중요한 필수 조건은 아니다. 다만, 위의 정의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노후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 이 있어야 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에 따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일들을 역으로 계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알아보는 행위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머릿속에 번뜩 떠오르지 않는다. 혹시나 그렇게 떠오른 일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 본인이 했을 때는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실망하고 흥미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본인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탐구가 필요하다. 본인의 취미와 특기, 그리고 자아실현까지도 연결되는 정말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끊임없이 알아보고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지금부터 시작해야 노후에 본인 스스로 확신이 드는 길이 보일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시간이다. 고용 계약이 끝나고 근로 시간이 줄어들면 당연히 충분한 시간은 주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시간은 내가 원하는 때에 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의미한다. 즉, 이런 시간의 자유가 주어지기 위해서는 건강과 돈이 필요하다. 아픈 몸을 가지고서는 시간이 많다 하더라도 본인의 의지대로 시간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보기 힘들다. 젊었을 때부터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돈이 부족하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시 근로 노동을 하기 위해 사용해야 한다. 오히려 은퇴 후의 근로 소득을 위한 노동의 경우 시간의 양도 많이 소비될뿐더러 그 일의 질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단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근로 노동을 하게 되는 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노후를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 잡히고 고난과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균형 잡힌 투자와 적절한 리스크 분배를 해나간다면 행복한 노후에 조금은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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