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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Jul 09. 2020

[최종 합격] 현대건설 신입사원 공개채용

건설사 취업기


4학년 1학기 상반기 포스코건설 신입사원 공채 합격이 확정된 이후, 필자의 4학년 2학기는 취업 준비와 졸업논문을 동시에 병행하는 다른 동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웠습니다. 수백 개의 입사 원서를 지원할 필요가 없었졌을뿐더러, 졸업 논문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었기 때문에, 2학기때는 딱히 시험 기간이라고 공부를 신경써서 하지도 않고 주로 여행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혹은 필자의 전공분야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산업, 직무에 지원해서 면접을 본 적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금융권 공사에 지원해서 면접을 본 적 도 있었는데, 논술 시험과 영어 시험이 상당히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1명을 채용하는 포지션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최종 면접을 가보니 필자를 포함해서 총 3명이 후보로 왔는데, 1명은 카이스트, 1명은 서울대이더군요. 네, 떨어졌습니다. 누가 됐을지 문득 궁금합니다.


여유로운 4학년 마지막 학교생활을 누리고 있던 중, 현대건설 채용 공고를 확인하게 됩니다.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의 경우 이미 그동안 충분히 많이 검토하고 수정해서, 걸쭉해질 대로 걸쭉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입사 지원을 하는 데는 1시간도 채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큰 기대 없이 'take it or leave it'의 심정으로 지원을 했는데, 운이 좋게도 서류 전형에서 통과해서 면접을 보게 됩니다. 역시 마음을 비울 때 일이 더 쉽게 풀리나 봅니다.



사무실에서 쳐다보는 바깥 풍경, Milan, Italy



실무 면접에서는 다른 회사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진행되어서 무난한 답변들을 했습니다. 필자가 이렇게 간단하게 한 줄로 글을 적고는 있습니다만, 사실 이와 같이 '예상한 질문'들에 대해 '무난한 답변'을 준비하기까지 그동안의 면접을 위한 준비과정은 상당히 길었습니다.


매주 정기적으로 면접 스터디 모임에 참여했고,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 검색, 지인 찬스, 신문/잡지 스크랩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고,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고 업데이트 해나갔습니다.


또한, 인터뷰가 잡히지 않은 날에도 날마다 인터뷰 모의 연습을 실시했고, 인터뷰 날짜라도 잡히면 그날부터 매일 실전 인터뷰 연습을 했습니다. 실전 인터뷰란, 의자와 테이블을 최대한 면접 환경과 동일하게 구성한 뒤 실제 인터뷰와 같이 정장을 차려 입고 입장에서부터 퇴장까지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예상 질문 리스트를 만든 후 이걸 무작위로 선정해서 보여주도록 엑셀 파일을 프로그래밍하여 질문에 대한 순발력을 기르는 연습도 했습니다. 이런 리허설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제 면접장에서는 긴장이 덜 되고 본인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길을 걷거나 화장실에 있을 때애도, 브레인스토밍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상당히 많이 했었는데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연습할 때 많이 반영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대처할까? 이런 질문에는 어떤 답변이 가장 적합할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짐으로써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럽 길거리




그렇게 주어진 최종 면접의 기회에 필자는 일종의 도박을 하는 큰 리스크를 감행합니다.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전략을 실험해보고자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최종 면접은 다대다 면접이었는데 대기실에서 인사담당자로부터 간략한 진행 소개를 듣고 처음 입장한 순서대로 자리에 착석한 후 간략하게 이름, 지원 직무를 차례로 인사하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자기소개가 아닌, 단순히 이름과 지원 직무만을 말하는 5초의 인사 멘트였습니다. 뻔히 누가 누구인지 알 텐데 왜 굳이 이런 절차를 만들었을까 하는 호기심 속에 그 당시 읽었던 [일본전산 이야기]라는 책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목소리 크고, 밥 빨리 먹는 사람을 뽑아라'


그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별난 회사가 다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왠지 건설회사에서도 원하는 인재상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곤 실제로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자리에 착석한 후 한 사람씩 차례로 자기 인사를 하고 필자의 차례가 됩니다.



"안녕하십니까! 건축 직무로 지원한 예비 신입사원 ㅇㅇㅇ 입니다!"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다짐을 너무 굳게 한 탓인지 필자가 큰 소리로 해야지라고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필자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면접장이 쩌렁쩌렁 울리는 인사를 했고, 덕분에 서류를 보던 면접관들의 고개가 일제히 들리면서 필자를 바라보게 됩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필자 옆에 앉았던 다음 순서의 지원자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깜짝 놀라서 몸을 움찔할 정도였거든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네 성공했습니다. 가장 가운데 앉아있었던 면접관의 희미한 미소를 발견했습니다, 이후 그 면접관으로부터 딱 하나의 질문만을 받았고, 그 이후로는 아무 질문도 없었습니다. 그 면접관이 당시 회사 사장님이었습니다.




그렇게 최종 면접이 끝나고 커다란 기대나 불안감도 없는 나날이 지나가고, 최종 합격 통보를 받게 됩니다. 사실 이 기간 동안에는 두 회사 중에 어느 회사를 갈 것인가를 검토하는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단순히 어떤 회사가 더 좋다라는 측면보다는 필자의 비전과 더 일치하는 회사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회사의 브랜드 가치, 성장 가능성, 회사 내에서의 필자의 위치 등 여러 가지 측면으로 검토를 했고 최종적으로는 현대건설을 선택했습니다.


채용 절차 전반에 걸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을수도 있겠지만, 그동안의 노하우와 노력이 이미 충분히 녹아들어 갔었기 때문에 조금은 수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현대건설이 첫 번째 입사지원 회사였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필자의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됩니다.


역시 드럼통의 소맥은 피처 잔으로 마셔야 제맛?[신입사원 연수]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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