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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Jul 09. 2020

꼰대가 되는 순간?

회사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가 동일하다고 착각할 때 꼰대가 된다


회사의 미래는 개인의 미래와 같지 않다




우리는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에 세상에는 ‘어떠한 삶을 살면 불안정하다 혹은 이 길이 맞는 길이다’ 등 마치 불변의 진리인 것 마냥 삶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패러다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2010년대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등장하고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해당 기업들의 1세대 재직자, 이직자 혹은 퇴직자들이 생겨나고 이에 대한 문화적, 제도적 차이에 대해 설명하는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 유행하였습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을 비롯하여 해외의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직장인'으로써 가장 쉽게 빠질 수 있는 착각의 늪 중에 하나는 회사의 가치와 '내가 그곳에서 일하는 것'의 가치를 혼동한다는 것입니다.






노동 없는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 시킨다.

<알베르 카뮈, 프랑스 작가>




물론 회사가 성장하고, 그 성장에 기여한 정도를 근거하여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으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관계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경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이 사실입니다.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의 관계에는 개인이 속한 산업 트렌드, 시장 상황, 부서, 직무, 본인의 역량, 회사의 비전 등 수많은 요인들이 회사와 개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중에는 개인의 결정 권한 밖 범위의 것들도 많습니다.


필자 주변을 둘러보면 회사의 매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분석과 판단은 하루도 빠짐없이 고민하면서, 정작 본인이 그 회사를 다니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만큼의 행복감을 주는지, 기회비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판단의 대상이 본인의 삶이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Spain



필자 역시도 비단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필자는 사회, 문화 등의 주변 환경이 이미 정해놓은 생각의 default가 필자의 인생 가치관의 frame으로 자동적으로 적용되고 나도 모르게 맹목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에 끝에는 그렇다면 진정한 '내 인생'을 살아가도록 나만의 생각 default를 재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노력을 통해 필자가 뭔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이유 없는 불안감, 의구심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적응해온 삶의 관성을 포기하고 다시 새로운 변화에 도전한다는 건 현재의 편안함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대부분의 성공사례를 보면,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 길을 꾸준히 걸어가라', '의심하지 마라', ' 끝까지 밀고 나가라'라는 메시지를 자주 보게 됩니다.


하지만 필자는 방향성 못지않게 속도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본인이 직접 가보지 않고 서는 그 길이 내 길인지 알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혹은 내 길이라 생각했던 길도 막상 가보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제 자리에서 망설이며 고민한다고 길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일단 어디로든 걷다 보면 길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물론 그 길이 나에게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약 아니라면 그때 다른 길로 가면 됩니다. 최소한 다른 길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가 주변 환경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만약 방향을 결정하였다면 그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쪽 눈은 현재에 감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더라도,
다른 한쪽 눈은 미래를 향해 있자




그렇게 필자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아직 돌도 채 안 된 아들과 와이프를 한국에 둔 채 해외 유학길에 오릅니다. 2018년 7월, 당시 필자 한국 나이 34살이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유럽과 미국에서 공부하느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생을 많이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문화와 환경, 네트워크를 경험하면서 그동안 소비만 되고 있던 필자의 내적 만족감을 충족시켜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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