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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Jul 23. 2020

휴가 중에는 일하지 마세요, 제발!

일을 주지도 마시구요


유럽에도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유럽의 여름휴가는 보통 7월 중순~8월 말까지로 8월이 되면 대부분의 상점도 문을 닫고, 회사도 꼭 필요한 필수 인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직원이 한 달 정도의 여름휴가를 떠납니다. 이러한 휴가의 활용은 국내나 미국의 근로조건과 가장 많은 차이가 있는 부분이면서 아마도 필자가 유럽의 직장 생활을 선호하는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유럽의 경우 여름휴가 3~4주와 겨울 휴가 2~3주 정도를 사용하고, 개인적인 연차휴가와 별도로 국가별 지정 국경일과 크리스마스, 연말연초 휴일 등을 더하면 실제 휴가 일수는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국내에서 근무할 당시 개인 연차를 사용할 때에도 상당히 눈치를 봐야 했고, 여름휴가도 평일 3일과 주말 2일을 붙여서 총 5일 정도를 사용했던 것을 고려하면 유럽에서의 휴가는 정말 이렇게 사용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관대합니다.





최근 우리가 일하는 방식, 즉 언제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8년 American Time Use survey의 자료에 따르면 30%의 full-time 임직원이 휴가 혹은 휴일에도 일을 한다고 합니다. 즉, 공식적으로 근무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최근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기업들에서 재택근무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공식적인 업무 시간과 개인 사생활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면서 임직원들의 시간 활용에 대한 갈등과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일례를 들어 살펴보자면 필자는 아마존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친구 집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의 경우 아침 9시 즈음에 눈을 뜸과 동시에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바로 메일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는 화상 회의로 업무 협의를 하는 등 계속해서 업무를 이어나갑니다. 공식적인 퇴근은 6시에 이루어지지만, 필자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핸드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업무 통화를 하는 등 8시 정도까지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못합니다. 이는 재택근무 및 유연근무제(flexitime)의 실시로 인해 유관 부서 담당자와의 근무시간을 동일하게 맞추기가 쉽지 않아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미국이나 다른 시간대에 있는 담당자와 업무 협업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저녁 9~10시쯤 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취미 생활 예컨대, 컴퓨터 게임 등을 하고 다시 늦은 시간 1~2시쯤 잠을 청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에서 근무를 함에 있어서 시간 활용의 유연성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우리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하는 것은 업무에서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루를 조율하는 것에 권한을 주어야 합니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는 유연 근무제의 일환으로 주말과 휴일에 일을 할 때 더 많은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한 연구 결과는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를 바쁘게 유지하는 것이 우리를 더 생산적이라고 느끼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지 않는 순간에도 일을 함으로써 우리의 업무를 더욱 의미 있게 느끼고 실제로 동기부여가 더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리서치에서는 종종 그 반대의 경우가 사실로 보입니다. 즉, 주말이나 휴일에 일을 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업무에 대해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약화시킨다는 것입니다. HBR의 자료에 따르면 휴식 시간 동안 일하는 것은 개인적 목표와 직업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 간의 내부 갈등을 일으켜 우리가 일을 덜 즐기는 게 되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그럼 휴일에 일하는 것이 내재적 동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HBS는 1,298명의 미국 직원으로 구성된 전국 대표 표본 데이터를 직원들이 주말에 근무했는지 혹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중에만 근무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이 분석 자료에서는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와 '나의 직업은 내 기술과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와 같은 진술로 내재적 동기를 확인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결과는 평균적으로 주말에 일한 사람들이 일에 대한 내재적 동기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이 휴일 근무와 내재적 동기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재적 동기에 대해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컨대, 낮은 직급의 지위에서 일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죠. 하지만, 가계 수입, 교육 수준, 주간 노동시간 및 일반적인 삶의 만족도 등을 포함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요인들을 통제한 후 조사를 지속한 결과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노동 시간과 내재적 동기 간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비단, 주말에 일을 하는 성인뿐만이 아니라 방학 중에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가 실험을 진행했을 때에도 동일하게 쉬는 시간에 일하는 것이 우리의 일 또는 학업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감소시키는 것을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연휴 기간 동안 캠퍼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공휴일에 공부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경우 학업에 대해 덜 흥미롭거나 즐겁지 않다는 답변을 더 많이 하였습니다.


이러한 휴일에 일하는 것이 우리의 동기부여를 약화시키는 이유는 우리가 보통 월요일을 '진정한' 한 주의 시작으로 생각하는 것과 유사하게 우리는 일반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우리의 시간을 일하는 시간 혹은 쉬는 시간으로 분류합니다. 주말과 같이 여가 시간으로 생각하는 시간에 일을 하게 되면 우리의 기대(주말이니 당연히 쉬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와 현실(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는 나의 모습) 사이에서 갈등이 생겨 결과적으로 능동적인 활동이 어려워지고, 일에 대한 의미도 저하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종종 주말이나 휴일에도 가끔씩 일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동기부여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연구진은 휴일을 '근무 시간'으로 re-labeling 혹은 reframe 하는 것이 내재적 동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 토요일에 일을 하는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사람들은 보통 주말에 밀린 일을 하거나 미리 준비하기 위해 주말에 일을 합니다."라고 말하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사람들은 보통 주말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주말을 사용합니다."라고 말을 한 경우, 분석 결과 첫 번째 그룹의 사람들이 주말도 역시 '근무 시간'으로 인지하였기 때문에 업무에 대해 더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휴일 근무와 야근은 역시 혼자 하는 것이 제맛, 다른 날 같은 풍경



사람들은 흥미롭고 즐겁고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한다고 생각할 때 내재적으로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하지만, 물론 내재적 동기만이 우리가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닙니다. 우리는 월급을 받고 가정을 부양하는 등의 외적인 동기들 때문에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휴일에 일하는 것은 내재적 동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연구 전반에 걸쳐서 사람들의 외적인 동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즉, 주말이나 휴일에 일하는 것과 관련된 갈등은 본질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찾는 부분은 약화시키지만, 월급을 받거나 일자리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BS의 연구에 따르면, 내재적 동기 없이 외적인 동기만으로는 우리를 만족시키고 업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유지시키는 데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일을 즐기는지의 여부는 우리가 참여하는 활동의 유형뿐만 아니라, 이러한 활동을 '언제' 참여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만약 우리가 휴식 시간 동안에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스스로 동기 부여를 유지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근무 시간'이라고 'reframe'하세요.


물론, 본인이 관리자급이라면 근무 시간 이외에 팀원이 일하지 않도록 장려함으로써 팀원들의 내재적 동기 부여를 해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서두에 예를 들었던 필자의 친구 사례로 돌아가 보자면, 그러한 상황에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고 오히려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그 친구는 아래와 같이 본인 팀장과 대화한 메신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렇듯 팀장과 팀원과의 신뢰 관계,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와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감 있게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노력 등이 밑바탕이 된다면 휴일 근무 자체도 줄어들고, 설령 휴일 근무를 하게 되더라도 그에 따른 스트레스나 내적 동기 유발을 약화시키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 스스로가 본인의 내재적 동기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항상 매우 중요했습니다만, 특히나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직원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추가 근무시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는 지금 이 시기에, 더더욱 업무에 대한 생산성과 참여도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럽의 흔한 퇴근 후 일상


<Harvard Business Review July 22.2020  "Don't Work on Vacation.Seriously by Laura M.Giurge and Kaitlin Woolley 내용 인용>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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