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phael Sep 19. 2020

코로나 시대의 MBA




필자의 INSEAD Executive MBA 첫 Module의 시작일이 약 한 달여 후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별도의 커뮤니티 채널을 개설하여 싱가포르, 아부다비, 프랑스의 각 캠퍼스 학생들과 사전 네트워크 활동은 시작했지만, 며칠 전에서야 비로소 프랑스 캠퍼스로부터 공식적인 Module 1의 스케줄을 받아보았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학교 측에서도 커리큘럼을 계획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전년도 동문으로부터 첫 Module은 상상이상으로 강도가 높으니, 1분이라도 더 자고 싶다면 비용이 다소 더 들더라도 캠퍼스 안의 호텔에서 머무르는 것을 추천한다는 다소 무서운 조언을 들었습니다. 고급스러운 프랑스 요리와 함께 우아한 와인을 꿈꾸던 순진한 필자의 희망은 그렇게 도서관 속에서 파묻혀 지내는 운명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INSEAD는 타 MBA 프로그램 중에서도 Diversity 측면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전 세계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참여하는데, 이번 해에는 유독 많은 학생들이 코로나로 인해서 부득이하게 입학 연기를 하기도 하였고, 첫 시작일 전까지도 계속해서 비자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 체류하며 공부 중인 학생들은 일주일에 2회 이상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다고 하고, 싱가포르는 유독 외국인 입국이 엄격해서 입국조차 안되거나 입국이 된다 하더라도 2주의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외국인이 싱가포르 캠퍼스로 참여를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쉬웠던 비자 발급 과정 역시도, 다수의 국가에서 단기 학업 비자 등은 발급이 중단되는 등 행정 업무의 진행이 예상치 못하게 중단됨에 따라 난처한 입장의 학생들도 많아 보입니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각 국가 간의 이동 제한 역시도 매일매일 체크해야 하는 일상의 업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처럼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고, 누가 시키지 않은 고생길임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의 INSEAD 예비 MBAer들은 여전히 활기차게 첫 Module에 참석할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끼리 연락을 주고받아서 사전에 간단한 칵테일 미팅을 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커리어 배경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고 미리 얼굴을 익히는 화상 미팅을 주기적으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정말 다들 나이 먹고도 대단한 열정들입니다.




Module1의 일정은 크게 Financial Accounting, Leading People & Organization, Uncertainty Data & Judement, Prices & Markets 등의 4개의 과목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루 수업의 시작은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6시를 기본으로 8시~9시까지 하는 날도 있고, 수업 이후에는 저녁먹고 다시 팀별로 모여서 자정을 넘어서까지 과제를 하거나 토론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Module의 마지막에는 수강한 과목에 대해 시험을 봐야 하니 (4시간 짜리 시험은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건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간신히 아침 식사로 빵을 입에 욱여넣고, 다량의 카페인으로 겨우겨우 정신 상태를 유지할 게 눈에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물론 중간 중간 코로나 검사를 한다면, 눈물이 쏙 빠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긴 하겠네요.

INSEAD 입학처에서 Module 1 시작 전에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서 본인의 강점 분야와 아닌 분야에 대해 조사를 하고, 경력, 국적, 산업분야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미리 팀을 구성을 합니다. 프랑스 캠퍼스의 경우 대부분은 유럽 국가들로 구성이 되기 때문에, 필자 이외에는 아시안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의 프로필을 보면 CEO, CFO, COO 등 C-Level부터 스타트업/ 정부기관 등의 다양한 이력들이 보입니다.

지난 MIT SCALE NETWORK의 SCM 석사 과정을 돌이켜보면 수업 그 자체의 난이도도 영향을 미치지만, 같이 학업을 진행하는 동기들과의 케미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논문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기 전까지는 친했던 친구 사이였는데도, 논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 원하는 방향이 맞지 않아서 사이가 틀어지고 졸업할 때까지도 서로 말을 안 하게 된 경우도 보았습니다. 의욕과 열정이 너무 앞서서 같은 팀원들을 압박하며 억지로 끌고 가려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얄밉게 뒷짐지고 무임승차를 하려는 태도도 아닌,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으샤으샤하는 정도와 중용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는 부족한 잠을 자며 감당하지 못할 양의 수업준비와 과제, 시험준비와 더불어 때때로 걸려오는 회사에서의 업무 전화와 메일, 혹은 가족 일정 등등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동기들과 사소한 말다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겠습니다.

Module 1에 참여하기 전에 해야할 과제와 사전 공부할 목록들을 보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설레임과 흥분과 더불어, 너무나도 뚜렷하게 예상되는 험난한 고생길에 대한 걱정이 복잡하게 어우러지는 신기한 감정상태를 경험하는 요즘입니다.










절벽 가까이로 부르셔서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에 더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울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로버트 슐러





매거진의 이전글 Harvard Business Schoo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