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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May 03. 2021

살기 좋은 나라와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 방법


최근 룩셈부르크에서 가깝게 지내던 미국인 가족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부부 두 명이 모두 아마존 직원이자, 평소에 같이 캠핑도 가고 주말에 종종 만나서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한 가족이었기에 떠난다는 소식에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룩셈부르크로 이주를 위해 가족이 기존에 미국에서 거주하던 집도 팔고 유럽으로 넘어왔을 때에는 큰 결심과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만을 머무르고 다시 돌아가게 되는 계기도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유럽 이주 직후 유행하게 된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된 유럽 생활을 즐기지 못한 것도 큰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당초 미국에서 유럽으로 internal transfer에 대한 조건으로 promotion 을 약속했는데, 그 약속에 대한 이행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 것 같습니다. 담당했던 매니저는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앞으로도 뚜렷한 계획이 보이지 않자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이런 경우, 막연히 기대를 하고 있다가 잘 안돼서 실망을 하는 것보다, 당연히 지켜지리라 생각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과 불만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인 부부가 미국으로 귀국을 준비하면서 저에게도 미국 이주를 권유하였고 이를 계기로 과연 살기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라는 단순하지만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많은 고민을 해왔던 질문이지만, 명쾌한 답을 찾기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아마도 살기 좋은 곳은 모두에게 저마다 다르고, 또한 본인의 환경 여건에 따라 늘 변한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현재 거주 중인 룩셈부르크를 예를 들어 보면, 시내의 주택 부동산의 70%는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고, 거주 인구의 50% 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되는 다국적/다문화 국가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맞게 외국인이 살기 편하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고, 행정 절차 역시도 타 유럽 국가에 비해 상당히 빠르고 간소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인구의 규모가 작은 소규모 국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입니다. 예를 들어, 지인의 경우는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은데 마땅한 기회도 적고 주말이 심심하고 무료해서 조금 지루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곧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의 대도시로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미혼 직원들에게는 충분히 고민이 될 수 있을 만한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삼성전자의 지인 사내 부부는, 아내분이 호주의 주재원으로 나가게 되면서 남편분은 휴직을 하고 육아 전담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내 부부 중 한 명이 주재원으로 파견되는 경우, 다른 파트너는 휴직을 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라 육아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주로 골프를 치며 휴직 생활을 즐기겠다는 남편분의 숨은 목표가 있어서 일 수도 있겠지만, 그간 한국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겨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유사한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 재직 중일 때의 한 후배가 최근에 결혼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업무의 적성과 관련해서 고민이 많던 후배로 기억에 남는 데, 제가 퇴사한 이후에 후배도 얼마 안 있어 퇴사를 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는 몰랐기에 내심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후배는 종교적인 신념이 강한 친구였는 데, 결국은 자기의 신념과 맞지 않는 회사를 나와서 지금은 신학대학원을 다니면서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부하는 것도 즐겁고,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일도 재밌고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제 마음도 후배를 따라 즐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개인의 상황과 진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서는, 왜 유럽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돌아가느냐, 왜 본인의 커리어를 희생하면서 해외 이주를 결정하느냐,  왜 실컷 좋은 학교 가서 대기업 입사해놓고 얼마 안 돼서 회사를 나오느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끈기가 없다고 함부로 그들을 평가 절하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제가 지금껏 짧게나마 경험한 바에 의하면,

끈기란 잘못된 방향임을 알면서도 차마 놓지 못하는 미련이 아니라,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도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본인이 지금껏 달려온 길이 본인이 생각했던 방향과 다른 다는 것을 아는 순간, 포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서 그만두고 돌아서는 용기와 새로운 것을 다시 시작하는 노력이 말로 본인 삶의 참된 끈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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