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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Apr 13. 2021

떠나는 자와 붙잡는 자

청바지 핏보다 중요한 회사와의 Fit


따뜻한 봄 날씨 때문인지, 길어지는 코로나 기간으로 인한 지루한 재택근무 탓인지, 최근 제 주변에서는 이직을 계획하거나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례를 제법 볼 수 있습니다. 

집 근처 놀이터

제가 처음 해외 유학을 계획하던 시기에 책과 인터넷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보던 중 가장 많이 접했던 개념은 Fit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용어에 다소 생소하고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는데, 그때부터 시작된 'Fit'과 저와의 관계는 이후 구직활동을 할 때에도, 그리고 조직 생활을 하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듣고 있는 말인 거 같습니다. 핏(Fit) 하면 청바지 핏만을 떠올리던 저였는데, 어느덧 커리어 멘토링 혹은 취업 지원 활동을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중점을 두고 강조하는 부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Fit은 단순히 본인의 역량과 스킬이 해당 직무(position)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culture)에 대한 이해와 융화될 수 있는 가능성, 혹은 회사, 팀의 비전(vision)과 개인의 비전이 일치하는지의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매니저와의 관계, 팀원들과의 소통(communication), 다국적 문화에서 개인의 정체성(identity), 가치관(value)의 조화 등 다양한 요소가 한 데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회사의 만족도와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직을 결심하게 되는 가장 큰 동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늑대 한 마리를 찾아보세요


제 지인 중 한 명은 최근 이직을 결심하고, 채용 절차를 거쳐 새로운 회사와 구두로 근로 계약 확정이 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대표에게 이직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 회사로 가는 걸로 최종 결정이 나면 내가 레퍼런스 체크도 잘해줄 테니 여기 회사랑 내 생각은 하지 말고, 편하게 네 커리어만 생각해서 부담 없이 결정하도록 해. 만약에 안 가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같이 열심히 잘해보자"라고 생각보다 쿨하게 반응했답니다.

이에 지인은 인수인계에 집중하고 이직 준비에 여념이 없었는데, 그 대표가 새로 이직하는 곳의 대표에게 장문의 메일을 써서, 본인 회사의 직원을 이렇게 뺏어가면 어떻게 하냐며 지인 채용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답니다. 이직 예정이었던 회사의 대표는 현 직장의 대표가 강하게 어필을 하자, 무리해서 채용을 진행하기에는 불편했던지 결국 이직은 일단 해당 회사의 상황이 풀리는 데로 진행하는 걸로 하자며 채용을 보류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투자 회사의 특성상 업계의 네트워크가 크지 않고, 대표들끼리 어느 정도 아는 문화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정작 이직 대상자인 실무자와는 한마디 상의 혹은 요청 없이 이직할 회사의 대표와 바로 이야기해서 채용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사례를 직접 옆에서 지켜보자니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물론, 인적 자원 측면에서 소규모인 회사에서 직원 한 명 한 명은 역량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만큼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다만, 회사의 발전만큼이나 개인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 줄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국 현재 직장의 대표에게 큰 실망을 한 지인은 원래 계획했던 곳으로 이직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지금의 회사는 그만두고 싶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현재 직장에서는 인재도 잃고 회사의 평판도 나빠지고(지인이 누군가로부터 해당 회사에 관해 물어볼 때 좋게 말할 리가 만무합니다), 개인(지인)의 입장에서는 커리어에 불필요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새로 이직할 예정이었던 회사는 채용 절차를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하는 시간/물적 낭비가 된 lose-lose-lose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입니다.

모든 이직 절차가 수월하고 연관된 이해관계자 모두가 항상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과 회사의 이익뿐만이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금씩 양보를 한다면 모두가 win-win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원글: https://blog.naver.com/kimstar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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