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enhagen, Denmark
유럽에서의 구직활동 후 첫 인터뷰를 제안받다
유럽에서 본격적인 구직활동을 시작한 뒤로 가장 첫 번째로 인터뷰 제안을 받게 된 회사는 Scandinavian Tobacco Group(STG)라는 1961년에 설립된 시가(cigar)와 전통 파이프 담재 제조업체로, Denmark의 Copenhagen에 본사가 있으며 임직원 수는 약 8천여 명 정도입니다. 해당 회사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이 크지도 않고, 담배산업 분야는 필자의 관심 분야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원을 했는 가하면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지만 "위치" 때문이었습니다.
보통 해외에서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 크게 3가지 조건 중 최소 2가지는 충족이 되어야 상대적으로 쉽게 이직이 가능해지는 데, 이는 1) industry, 2) postion (role), 3) location입니다. 같은 산업 군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 해당 포지션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경우, 혹은 지원 회사의 국가 혹은 인접 국가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원자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즉, 3가지 중에 1~2가지 정도를 보유한 상태에서 다른 한 가지를 바꾸면서 커리어 전환을 계획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의류업계에서 마케팅에 종사하던 이탈리안이, 홍콩의 금융회사에 트레이더로 한 번에 경력 전환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필자의 이번 경우를 보자면, Denmark는 같은 EU 내에 있지만 Blue Card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동일한 location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Blue Card란 유럽 연합 내에서 승인된 EU의 근로 허가서로, 유럽 연합 내의 대부분 국가(Denmark, Ireland 등 제외)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증명서입니다. 즉, Blue Card 적용이 안될 경우 필자를 위해 회사에서 visa sponsor를 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필자가 석사 졸업 프로젝트를 덴마크의 제약회사와 함께 진행한 경험이 있는 데, 그때 덴마크의 회사 문화에 좋은 기억이 있어서 한 번쯤 북유럽 국가에서 근무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다소 무리해서라도 Denmark 내 유사 position의 채용 공고를 검색하여 지원을 하였습니다.
해당 포지션은 필자의 경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이 하는 업무로, 주니어 급을 대상으로 하는 포지션이었는데, 일단 지원이나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지원 포지션의 주요 업무는 Non-Tobacco-Material(NTM)에 대한 strategic Procurement였습니다. 즉, STG의 구매부서는 크게 Tobacco Product/ Non-Tobacco Materials/ Indirect로 구분되며, NTM은 metal tins, composite can, card board packaging, papers, flexible packaging product 등 을 다루는 부서입니다. 해당 부서 및 직무에 주로 요구되는 skill로는 supplier negotiations, stakeholder management, contract management, project management 등입니다.
Hiring Manager와의 화상 인터뷰는 약 1시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Recruiter가 아닌 Hiring Manager와의 1:1 직접적인 인터뷰라서 그런지 HR 운영 측면에서는 약간 약한 부분이 있었지만, detail 한 실무 관련 내용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필자에게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인터뷰 진행 절차가 그러하듯이, 가장 먼저 간략하게 Hiring Manager가 회사 및 포지션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그다음으로 필자의 자기소개와 이직 사유, 지원 동기 및 relocation에 대한 의향, 필요한 경우 가족 사항 등으로 이어집니다.
아래는 인터뷰 동안에 필자가 받았던 업무 역량 및 태도 관련 질문들 중의 일부입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무엇인가?
- 현재 팀장이 지신에 대해 어떻게 표현(평가)하는가?
- 본인은 어떤 manager가 되고 싶은가?
- 본인의 manager가 어떤 사람이기를 바라는지?
- 회사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어떤 것인가?
- 어떠한 근무환경을 선호하는가?
- 입사 후 1개월 차, 2개월 차, 3개월 차에 각각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설명해보시오.
또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파악하는 목적의 상상력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아마존의 Behavior Question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터뷰 질문들로, 회사의 HR 전략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집니다.
- 7살짜리에게 인터넷을 3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하겠는가?
- supplier가 갑자기 공급을 중단할 경우 어떻게 대처 하겠는가?
- 만약 가능하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고 왜 그런가?
- 건물 비상사태 시 탈출 계획을 세운다는 가정하에 진행 과정을 설명해보시오.
또한, 필자의 개인적인 상황에 대한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 salary는 어느 수준을 기대하는가?
- Italy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운가?
- 현재 직장에서의 근무 기간이 짧은 것 같은데 이직의 사유는 무엇인가?
- relocation에 대한 가족의 반응은 어떠한 가?
- 회사 내 다른 position도 지원했던 데 혹시 interview를 진행하였는 가?
그중에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던 부분은, over-qualified, 즉 position이 현재 manager 급에서 downgrade 되는 것 같은데 괜찮겠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Recruiter가 아닌 필자와 직접 같이 일하게 될 직원, 더 정확하게는 필자의 boss가 될 직원과의 인터뷰였으나 생각보다 분위기가 딱딱하거나 압박면접은 아니었습니다. Interviewer 역시 native English speaker가 아니었기 때문에 인터뷰를 위한 대화에는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인터뷰의 분위기는 좋았으나, 1) 이직 사유에 대해 명쾌하지 못한 점 (나름 그럴듯한 이유를 많이 준비해두었지만 충분히 설득하기에는 부족했었나 봅니다)과 2) position이 그동안의 career에 비해서 성장하는 모양새가 아니라는 점 (salary와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두 가지 부분이 지금 이번 이직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추후에 이직을 하는 상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현재 career에 비해 downgrade를 하는 경우 interviewer에게도 설득이 될 만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 줘야 하며, 본인 스스로 내린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Denmark로 이주하게 될 경우, Copenhagen의 물가가 Milano에 비해서 더 비싼 편이고, 이탈리아에서 highly skilled foreign employee로 구분되어 tax dedection의 incentive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salary에 대한 고려를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즉, career 및 경제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매력적이지 않은 옵션이지만, 업무 적성, 워라밸, 삶의 질 등 다른 측면도 고려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가치를 포함한다면 아주 많이 불리한 선택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Hiring Manager는 인터뷰의 마지막에 expected salary를 인터뷰 이후에 메일로 공유해 주기를 요청했고, Denmark 지인에게 해당 직급의 일반적인 Denmark 시장 평균 salary range를 확인한 후 15~20% 정도 상향 조정해서 메일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너무 심한 블러핑(bluffing)이었을까요? 아니면 인터뷰에서 계속 거론되었던 downgrade의 문제였을까요? 인터뷰 이후 약 2주간 feedback이 없어 필자가 follow up 메일을 보내서 추후 일정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다음날 더 이상의 채용 프로세스는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필자의 첫 면접이자 탈락의 순간이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