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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Jan 25. 2023

바퀴벌레는 입실은 하지만, 퇴실은 하지 않는다!


Customer experience의 개념 중에는 Dark patterns 혹은 Dishonest patterns이라는 용어가 있다. 즉, 고객 경험을 망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추잡한 속임수나 조악한 트릭을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기업이 이익 창출에 힘쓰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며, 그러한 행위가 근본적으로 기업이 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고객을 기만하는 선을 넘는 행위를 할 때 발생한다.


최근에 읽은 Product Management’s Sacred Seven (Neel Mehta, Parth Detroja, Aditya Agashe 저서)에서 인용된 Roach Motel 사례를 실제로 경험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roach motel은 최초에 가입은 쉽지만 취소하기는 굉장히 어렵게 만든 서비스를 말한다. 참고로 Roach Motel는 바퀴벌레 미끼 장치의 캐치프레이즈였던 “바퀴벌레는 입실은 하지만, 퇴실은 하지 않는다! (roaches check in, but they don't check out!)” 에서 따왔다고 한다.


최근 1년이 넘게 subscription을 해온 피트니스 센터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해왔던 혼자서 헬스 하는 것이 조금 지루해지기도 했을뿐더러, 조금이라도 기운이 있을 때 다른 운동을 배워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센터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별도의 가입해지 메일을 보내는 이메일 주소가 마련되어 있었고, 이에 어렵지 않게 작년 12월에 가입해지 의향 메일을 보냈다. 유럽임을 감안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긴 했지만, 그래도 2주가 지났음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그 이후로도 2-3번의 확인 이메일을 더 보냈고, 홈페이지에 보이는 모든 이메일 주소를 수신자로 포함해서 보냈다.


주변인들에게 추천하기 힘들 정도의 서비스 레벨에 대한 실망감을 강력하게 피력하는 마지막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담당자로부터 겨우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말인즉슨, 가입 해지의 경우 센터에 직접 와서 해당 서류에 직접 서명을 해야 한다는 짧은 안내였다. 그렇다면 대체 해지 전용 이메일은 왜 마련해 두었으며, 왜 이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답장을 보내는 지도 답답했다. 가입할 때는 당일에 바로 사용가능한 회원 카드까지 발급하는 초고속 진행에 비하면 제법 짜증이 올라오는 절차였다. 


센터를 방문해서 해지 서류에 서명까지 마치고 받은 마지막 확인증에는 subscription종료기간이 3월 중순까지로 되어 있었다. 담당 직원에게 해지 종료 날짜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묻자, 계약을 해지하는 현시점이 1월이라, 계약 해지는 다음 달부터 적용이 되는데 원래 가입 해지는 한 달 전에 notice가 되어야 하는 게 정책이라고 한다. 즉, 1월에 해지를 요청하고 서명한 경우, 2월에 해지 신청이 적용되고(이미 1월은 시작됐기 때문에), 그마저도 1달의 사전 공지 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3월 중순에야 최종적으로 가입 해지가 이루어지고, 물론 그때까지는 이용비를 지불해야 하는 한다는 것이다. 


헬스장에서 독서하는 새로운 빌런


비슷한 다른 환상적인 고객 경험은 자동차 보험의 해지에서 발생했다. 최초의 계약이 2년으로 계약했고 해당 기간이 지났기에 다른 보험회사와의 계약을 진행하고자 기존 유지 중인 보험계약의 종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피트니스 클럽과 아주 비슷하게, 여러 번의 이메일에도 불구하고 약 2주 정도가 지난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었고 안내받은 내용은 계약 종료 요청 서류를 작성해서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 요청해서 받은 관련 양식을 작성해서 우편으로 보낸 후 확인 메일을 보낸 후에야 약 1주일 만에 우편 접수가 완료되었고 진행 중이라는 업데이트를 받았고, 그 이후 약 1주일이나 더 지난 후에야 마침내 계약이 종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러한 근시안적인 고객을 기만하는 트릭은 긍정적인 고객 경험과 만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러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방법을 사용하기보다는, 진정으로 고객 스스로가 만족해서 끝까지 product에 대한 애착을 갖도록 product를 개발/발전시키는 방안에 더욱 고민하는 자세야 말로 자신의 product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PM이 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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