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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Feb 28. 2023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와 사내 정치 그 사이 어디쯤

내로남불

겨울 휴가로 떠났던 몰타


외국 기업에서 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많은 경우, 특히 미국계 회사에서 근무를 하는 야망 캐릭터들의 경우 보통 해당 회사에서 재직기간이 2년 정도 지났을 때 한 번씩 이직을 고려한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많은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특정하게 2년이라는 기간을 정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는 연봉 계약 시의 Sign-on Bonus가 대부분 근로 계약 후 최초 2년에 걸쳐 지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기간이 2년이 지나는 시기에 보통 진급 혹은 이직이라는 옵션을 통하여 기존의 셀러리가 유지되거나 혹은 상승시키려는 노력이다.


작년 여름즈음에 나도 현재의 직장에서 이전부터 준비해 오던 프로모션이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매니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 (매니저가시스템 마감 기한을 까먹어서 프로모션 신청을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하는)로 인해 비록 예상치 못하게 몇 개월 지연되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2년 이내에 프로모션이 마무리되면서 그때부터 회사 내부 혹은 잠재적으로 외부로의 이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러던 차에 회사 내부에 마음에 드는 여러 포지션들이 있어서, 해당 Hiring Managers와의 커피챗을 요청하였고, 매니저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서 공식적인 인터뷰 프로세스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다만, 불행하게도 이때가 회사 내부정책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였고, 작년말과 올해 초에 불어닥친 Big Tech 들의 Layoff가 대대적으로 시행되기 직전인 시점이었다. 그러한 Layoff의 전조 증상으로 hiring freeze가 진행되었고, 때마침 맞물려서 내가 진행하던 internal transfer조차 전면 중단되었다. 자칫 일이 잘못 진행되었으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뻔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현재 매니저와의 관계가 좋았고, 또한 내부적으로도 여기저기에서 사내 정치(눈치) 게임이 진행되던 터라 나의 팀 변경 시도는 조용히 잊혀졌다.


내가 속한 현재 조직은 Globalization이라는 명목하에 지난 1여 년 간 많은 조직 개편이 이루어져 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지만 때로는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하게) 정치 싸움도 일어났다. 많은 리더십 자리가 바뀌었고 누군가는 조직에서 밀려나고 누군가는 새로운 매니저 자리를 차지하고 누군가는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기도 했다.


종종 한국인으로서 유럽에 위치한 미국 회사를 근무한다는 건 참 흥미롭다. 때로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혹은 상관이 있어서도 안 되는) 국제 외교 관계가 회사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외교 관계가 좋지 않은 국가 간의 경우 유사한 관계가 임직원들 사이에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직원들의 관계라거나, 혹은 가까운 동맹관계의 국가간경우 임직원들끼리도 아무래도 더 높은 친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워낙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함께 근무하는 유럽 사무실의 특징이기도 하겠다.


개인적으로 관심도 없거니와 잘하지도 못하는 사내 정치를 보고 있자면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승승장구하던 매니저가 결국에는 미국에서 온 신임 매니저에게 밀려나가는 걸 바로 코 앞에서 보는 건 마치 해외판 미생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유럽의 매니저 근무 환경은 미국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나의 현재 매니저는 올해 초에 개인적인 수술 (시술에 가까운 가벼운 수술)로 인해 개인 병가를 2주를 냈고, 최근에 다시 의사의 휴식 권유로 인해 (정말 그런 권유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은 어렵지만) 해당 사유로 개인 병가 2주를 더 추가로 보냈다. 이와 더불어, 워크숍을 위해 뉴욕 출장으로 1주, 뉴욕에 간 김에 콜롬비아에 지내고자 1주일 개인 연차 휴가, 그리고 약 2주간 WFH으로 콜롬비아에 더 머물다가 그다음 1주일간은 마이애미 팀 출장 후에야 다시 본래의 사무실인 룩셈부르크에 돌아온다. 이러한 일정들로 인해 올해 들어 매니저와 실제적으로 대면 미팅을 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지난 2월 초에 만났던 매니저는 이제 4월 말이나 되어야 다시 만나게 될 예정이니 사실 매니저와의 관계로 인해 신경 쓸 일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매니저의 빈틈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 미국 신임 매니저의 팀 합류 제의가 물밑으로 전해왔다. 공식적으로 진행 중인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정치 드라마는 내가 주인공이 아닌 경우 제삼자로 구경할 때 가장 재미있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겨울 휴가로 떠났던 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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