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잘하나 보자
최근 MBA 동문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HR 직무에서 15년 이상 꾸준히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시니어급 후보자의 면접을 하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MBA 패널 인터뷰의 경우 일반적인 채용 인터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간의 질문 범위에 대한 유연성이 허용되지만, 학교 입학처에서 사전에 예시 질문 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은 주어진다.
보통 사전에 후보자 프로필을 검토하면서 강점/약점 등을 확인하고 그와 관련한 질문들을 준비하는데, MBA 지원자 중 HR 분야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이기에 후보자의 프로필에 더욱 눈길이 갔다. 여느 때라면 통상적으로 물어보는 일반적인 질문들을 했을 텐데 왠지 모르게 그날따라 조금 더 개방적인 질문을 하였다. 이제껏 취업과 학업을 위한 인터뷰를 최소 100번 이상은 해오면서 그동안 죄 없는 인사담당자에 쌓였던 것이 많았던 것인지,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후보자에게 개인적인 궁금함을 듬뿍 담아 ”인사 담당자로써 지금껏 많은 채용 인터뷰를 진행해 왔을 텐데 면접자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후보자는 새삼스럽지 않고 예상할 수 있는 답변인 “후보자의 자세와 회사에 대한 정보/관심을 집중적으로 본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대답이 무색하게도 본인이 답한 내용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혹은 아직도 본인이 면접에서 평가하는 입장인 것 같은 착각을 하는 듯 보이기도 하였다. 후보자는 여러 차례 내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질문자의 질문 의도’를 꿰뚫어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기업에서 오랜 기간 인사팀장으로서 늘 인터뷰를 진행하는 역할을 오래 해서 그런지, 본인이 직접 후보자가 되어 면접을 진행할 때는 제법 익숙지 않아 보였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 하더니만, 제아무리 인사팀장으로 오래 근무한 사람이라도 정작 본인이 면접자의 위치가 되면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가 보다.
면접을 잘 보는 방법은 인사팀장이 아닌 면접을 많이 본 면접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