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일기를 쓰는 이유
2018년 4월 어느 날 독일 베를린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1년 일정으로 독일에 머물고 있을 때였고, 귀국을 두 달여 남겨둔 시점이었다. 숨이 가쁘고 식은땀이 났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옆에 있던 아내의 손을 잡은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응급실에 실려갔고 3박 4일간 병원 신세를 졌다. 정밀 검사가 이어졌다. MRI, CT, 혈액 검사, 뇌척수액 검사까지. 검사 결과는 이상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이런 식으로 살면 곧 죽는다.'
30대 중반. 체중은 90kg 가까이 불어 있었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햄버거, 아이스크림, 소시지, 과자 등 온갖 몸에 나쁜 음식을 매일 섭취했다. 수면도 부족했다. 몸은 망가져가고 있었다. 매일 두통이 있었고, 어깨는 뭉친 상태였다. 항상 신경질적이었고, 만사에 짜증이 났다.
퇴원 후 한동안 어지럼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침대에만 누워서 지냈다.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내 몸은 이상했다. 1주일쯤 지나 집 앞에서 50m 정도 산책했을 때 흘렸던 눈물을 아직 기억한다. 인생에서 당연한 일은 없다는 걸 알았다.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시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물론 죽을 때 누구나 이런 일을 겪게 되겠지만 그전에는 같은 공포를 또 느끼고 싶지 않았다. 아이에게 아픈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독일인들이 어떻게 건강 관리를 하는지 지켜봤다. 답은 2가지였다.
'채식과 달리기.'
곧바로 채식을 시작했다. 좋아했던 모든 음식을 끊었다. 완전한 채식이었다. 단백질은 두유로 섭취했다.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집 가까운 공원에서 첫 달리기를 했다. 1km 도 달리지 못하고 폐가 터질 것처럼 숨이 찼다. 날씬한 근육질 몸매의 독일인들이 사뿐사뿐 조깅하는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 군 생활 이후 달리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운동도 싫어하고 집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일상부터 개조가 필요했다. 결심을 해야 했다.
"거리와 속도는 상관없다. 나는 오늘부터 매일 달린다."
매일 달리기로 결심했고 실제로 매일 달렸다. 두 달간 채식과 달리기를 하며 체중을 18kg 감량했다. 몸이 가벼웠다. 정신도 맑아졌고, 혈색도 좋아졌다. 어느덧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몸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지난 8년간 달리기를 해왔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나가서 달렸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하면 트레드밀에서 달렸다. 근력운동도 병행했다.
달리기 덕분에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믿는다. 과학자도 의사도 아니라서 의학적으로 달리기가 건강에 왜 좋은지 나는 설명할 재주가 없다. 그래도 달리기가 몸에 좋다는 것은 확실히 체험했다. 나는 속도도 빠르지 않고 남들보다 잘 달리지도 못하지만, 나만의 페이스로 나만의 레이스를 즐겁게 달리고 있다.
독일에서 쓰러진 지 8년이 됐다. 8년 간 달리기를 쉬지 않았다는 얘기다. 달리기 일기를 브런치에 올리는 건 '뭔가 한 가지를 이렇게 꾸준히 했다면 이제는 글로 한 번 써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