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하며 털어버린 먼지와 마음의 짐들
나는 27살 취준생이다. 취업 준비를 시작한 건 올해 2월부터였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엔 쉽게 취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스로가 바보 같아 보이지만 그때는 취업에 취자도 몰랐었기에 그런 자신감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서류에서 떨어질 때마다 뭐가 부족한 지 생각해 보며 부족한 부분들을 메꿔가기 위해 노력했었다. 영어 점수가 없어서 그런가 싶어 오픽 시험을 봤고 자소서가 부족한가 싶어 자소서 첨삭을 받고 포트폴리오가 없어 그런가 싶어 포트폴리오도 만들었었다. 그래도 붙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21번째 서류 탈락 이후에는 자격증(사회조사분석사2급, 검색광고마케터1급) 공부를 하기 위해 잠시 지원을 멈춘 상태다. 그리고 7월 18일부터는 서울에 마케팅 강의(도와세움)를 들으러 가기로 했다. 마케터로 취업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자신이 없다.
정확히는 자신이 없다는 핑계로 도망치고 싶다. 사실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이번에는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정말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는데도 또다시 서류에서 불합격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함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이후에는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조급하기도 하다.
내가 취업이 조급한 이유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얼른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 부모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돈도 안 벌고 집에서 돈만 쓰고 있으니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 그렇다면 ‘왜 알바를 안 하고 있나?’ 생각할 수도 있다. 처음 취업 준비를 시작할 때 취업준비하면서 알바를 하느니 차라리 빨리 취업을 해서 제대로 된 월급을 받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게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지금은 내가 너무 안일했다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생각은 많이 했었지만 서울로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것이 확정된 이후에는 더욱 생각이 많아져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게으르게만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 방도 난장판이 되고 핸드폰, 노트북도 엉망이 되었다. 그래서 청소를 하기로 다짐했다. 지저분한 상태에서는 생각이 먼지와 함께 더욱 많아질 것 같아 ‘청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처음 시작한 건 핸드폰 정리다. 아무렇게나 배치된 앱들, 엄청 쌓인 알림 메시지들, 정리되지 않은 사진들을 보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게을렀는지 다시 한번 느끼고 빨리 정리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작한 핸드폰을 정리하는 데만 3시간이 걸렸다. 정리할 게 이렇게까지 많을 줄은 몰랐는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잠시 쉬면서 점심을 먹은 후 방청소를 시작했다. 먼저 이불을 밖으로 가져가 탁탁 털고 페브리즈를 뿌렸다. 돌돌이로 먼지와 머리카락도 뗐는데 생각보다 더 더러웠어서 나 자신에게 좀 미안해졌다. 그리고 물걸레로 곳곳의 먼지를 닦아냈다. 먼지는 정말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 쌓이는 것 같다. 그리고 청소기를 가져와 한 번 밀고 난 후 다시 물걸레로 바닥을 한 번 닦아냈다. 많이 한 것 같지도 않은 데 땀이 비처럼 내려 샤워까지 하고 나왔다.
샤워를 하며 생각난 건데 조금만 게을리 청소하면 먼지가 금방 쌓이듯이 마음도 조금만 방치해 두면 걱정과 불안으로 금방 뒤덮이는 것 같다. 그러니 무섭다고 외면하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더 많이 신경 쓰고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먼지를 싹 털어냈으니 앞으로는 자주자주 청소해서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더욱 신경 써야겠다. 나름 알찬 하루였다. 만족스럽다.
+ 이 글을 읽으신 분들도 청소를 하며 먼지도 털고 고민들도 털어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