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과 허용 사이, 태도의 문제

내면존재를 직면하고 현재에 충실할 때 미래와 연결된다.

by 김수김

밤을 새어 가면서 시험 공부를 하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출퇴근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살아야 할까? 이건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아닐까? 이보다 더 행복한 현재가 있지 않을까? 꼭 미래를 준비하면서 살아야 할까?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돈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진 것 없는 대학생이다. 하지만 나의 꿈과 태도는 조금 남다른 것 같다.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의 글이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를 살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 이는 미래와 연결된 현재를 살 때 가능하며, 그러한 상태는 허용함으로써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1. 내면의 목소리에 직면해야 한다.


스무살이 되던 해에는 돈에 대한 생각이 극에 달했었다. 돈돈돈거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이기적으로 변한 것을 느꼈는데, 내 머리 속에선 모든 것이 '나' 위주로 돌아갔다. 속도 좁았다. 더 큰 대의를 위해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사소한 것들에는 무감각해졌다. 그것들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스스로를 고립시킨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렇게 점점 소진됐다.



온 마음을 다해 하루를 살면서도 공허함이 느껴졌고, 이따금씩 '행복이란 뭘까?' 하는 생각이 내 발목을 잡았다. 마음 속으로는 목표를 만들고 그것을 좇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선 그게 진짜 내 불꽃일까 하는 의구심이 피어났다. 강한 의지가 길게 가지 못했고 마음이 자꾸만 약해졌다. 번아웃이 올 만큼 생산적인 일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방 안의, 벽을 마주하고 있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기적인 생각들을 하다가 제 풀에 지쳐 소진되었던 것이다. 혹자는 이런 상황에서 체력의 문제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체력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안의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미숙한 자아와 갈등을 겪는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기 위해선 체력이 필요할테지만 말이다.


내가 공허함을 느낀 이유는 내 안의 깊은 곳에 존재하는 내면 존재의 의도와 충돌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마음 속으로 사람들을 미워하고, 그들을 진심으로 존중하지 않고, 나를 최우선으로 두면서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내 본성과 기질이 원하지 않는 방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면 존재는 나에게 '불편함'이라는 감각을 주면서 '그거 아니야' 라고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그 감각을 외면하지 않고 포착했을 때가 바로 내면 존재와 자아가 연결된 순간이었다.


내가 지금처럼 돈을 계속 추구해도 될까? 나는 돈을 왜 많이 벌고 싶은 거지? 그게 나에게 행복일까? 근데 꼭 행복해야되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명쾌한 답을 내리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기존의 가치관이 깨지고 재정립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지금껏 고수해온 삶의 태도가 잘못되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는 허망하고 두려웠다. 앞으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막연했다. 그럼에도 직면했고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그 결과 나는 허용이라는 가치관을 기존의 태도에 더하여 새롭게 얻을 수 있었다. 한 끗 차이인 것 같으면서도, 그 허용이라는 마음가짐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고 있다.






#2. 현재를 희생한다는 감각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은 채 맹목적으로 돈을 추구했을 땐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생각이 자기연민을 불러일으켰고 내가 하는 일에 감속을 가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희생'이라는 생각이 역으로 나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현재를 희생한다는 생각이 시발점이 되어 실제로 현재가 희생되는 상태를 만든 것이다.


가령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순간이 그러했다. 나에게 불문율처럼 적용되던 '현재는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은 일주일 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날을 위해 존재하는 날인 것처럼 여겨졌다. 내 삶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어찌보면 '희생'하는 중이라는 생각과 일맥상통했다. 직장인의 경우라면 일을 하는 날은 일을 하지 않는 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과 같을 것이다.


시험준비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대전제였던 '현재는 미래를 위한 것'이란 생각 때문에, 시험 준비에 아무 생각이 없다가도 하기 싫은 일이 되었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 위해 '미래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또다시 붙였다. 그렇게 나의 초점은 지금 이 순간에서 벗어나 또렷하게 그려지지 않는 미래로 가버렸다. 그리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함으로써 느낄 수 있었을 많은 감각들을 놓치고 말았다.


내 초점이 지금 이 순간에 있지 못하는 것은 많은 감각들을 놓치게 한다. 앞서서 이것을 내면 존재와의 불협화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 기질과 다른 것을 추구함으로 인해 내면 존재가 감각이라는 매개체로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논의해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태도의 문제이다.






#3. 현재에만 충실하는 태도


중요한 것은 태도였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는 본질에서 조금 벗어나있다. 그보다는 '지금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순간을 임하고 있느냐'가 더 본질에 가까운 문제이다. 오늘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내일도, 모레도 공부를 열심히 한다. 내 삶에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간에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내 삶에서 중요해보이는 영역에서도 열심히 할 것이다. 귀찮고 힘든 일을 할 때조차도 새로운 감각을 찾는 사람은, 좋아하고 재밌는 일을 할 때 더욱 풍부한 감각을 느낄 것이다. 태도에는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태도를 가지고 살 때 비로소 삶의 모든 순간을 진짜 자신의 인생으로써 살게 된다. 그래서 종국에는 '하기 싫은 일'이라는 것이 사라지게 된다. 그냥 모든 것을 '이게 나의 삶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삶에 '다음'이란 없다. '언젠가'라는 것도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이 곧 내 삶이다. 모든 현재는 시작임과 동시에 끝이다. 내가 존재하고 있는 모든 시간들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서 '내일을 위한 현재'라는 것은 허상이다. 당신에게 그 내일은 언제 오는가? 당신의 인생은 어디에 있는가? 내일이 곧 현재이고 현재가 곧 내일이며, 시간은 연속선상에 놓여있는데 말이다. 지금 이 '순간'과 '찰나'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그렇게 위하는 내일이 되어서도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다. 찰나, 찰나, 찰나, 순간, 순간, 순간이 결국 우리 인생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현실을 충실히 살다보면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내일이 기다려지고 아침에 얼른 일어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내일을 위한 현재를 살 땐 당신이 기대하는 내일을 만나기 어렵지만, 현재에 충실히 살 땐 자연스럽게 충만한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당신에게 오늘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현재에만 충실하는 태도, 이는 허용하는 상태에서 가능하다. 내가 지금 염두에 두면서 준비하고 있는 미래가 나에게 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반드시 그게 나에게 와야 한다는 마음이 없으면 과정도 즐길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내 마음 속에 '진짜 갖고 싶다..' 란 생각이 없는 상태와도 같다. 그래서 소망과 허용 사이, 현재에만 충실하는 태도. 이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






#4. 미래와 연결된 현재


이렇게 현재를 충실히 살게 된다면, 드디어. 비로소 나의 미래와 연결될 수 있다. '현재'와 '미래'라는 개념이 흐릿해지고, 머리 속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연결된 하나의 필름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되면, 자신이 현재를 살면서도 미래를 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미래에서 현재로 펼쳐진다는 감각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뭐든 될 수 있다. 현재의 내가 어디까지 생각해낼 수 있냐의 문제일 뿐이다.


내가 커질수록, 이미 높아진 베이스라인보다 더 높은 나를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작은 것이라도 성취를 해본 사람들만이 더 큰 사람이 되기를 꿈꾸고 실제로 큰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억을 벌어본 사람만이 그 감각을 알고 100억을 꿈꾼다. 아직 월 50 버는 나는 처음부터 100억을 꿈꿀 수가 없다. 일단 빨리 1억을 벌고, 그 다음은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







#5. 부록


내 인생에서 하기 싫은 일이라는 걸 아예 만들지 않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이 역시도 태도의 문제인데, 모든 순간에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 일을 하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까,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내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1. 호기심을 느낌으로써 2. 깊은 몰입 상태를 만들고 3. 열심히 하다보면 -> 그 일은 실제로 나에게 중요한 일이 된다.


그래서 '내 미래를 위해서..'라는 다그침이 기특한 생각이기는 하나 90점짜리 생각인 것이다. 어찌보면 진짜 몰입을 미루는 변명이다. 100점짜리 생각은, '지금'에만 집중하는 마인드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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