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과거와 비교해서 요즘 주변을 보면 소비에 대하여 관대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꽤 흔한 직장인 A의 하루
A는 어제 퇴근 후 새벽까지 유튜브를 보다가 늦게 자서인지 아침에 알람을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자버렸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탄다. 겨우 회사에 도착해 숨 돌릴 틈 없이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좀 맛있는 걸 먹고 싶어 동료와 밖으로 나가 식사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사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산다. 옥상에 올라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담배를 입에 문다. 이거 없었으면 어떻게 직장생활을 했을까 싶다. 새해 목표가 금연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잘못이 없다. 이게 다 꼰대 김부장 때문이다.
오후가 지나 퇴근 후 회사를 나왔다. 야근은 안 했는데 어째 오늘따라 더 피곤한 것 같다. 집에 도착하니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오늘 저녁은 배달음식이나 시켜 먹어야겠다. 그동안 샤워나 하지 뭐. 씻고 나와 배달온 치킨을 뜯으며 넷플릭스를 보고 있는 자신을 보니 조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헬스장은 등록해 두고 몇 번이나 갔었나 싶다. 내일부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저녁을 먹고 누워있는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 뭐 하냐 묻기에 그냥 집에 있다고 답하니 근처에 있다며 술 한잔하자고 나오란다. 귀찮아서 망설이다가 ‘오늘까지 딱 마시고 내일부턴 새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친구를 만나러 간다. 친구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올겨울에 대학 동기들끼리, 안되면 둘이서라도 해외로 여행 한 번 가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 젊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놀아야 후회가 없지.’라고 생각한 A는 흔쾌히 수락한다. 내일 당장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보고 호텔, 비행기부터 우선 예약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기대감에 부푼다. 조만간 여행 갈 때 입을 옷이나 몇 벌 질러야겠다고 생각한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괜찮다. 이건 ‘나를 위한 선물’이다.
기분이 좋아진 A는 오늘은 내가 쏜다며 술값을 계산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행복한 하루였다고 느끼며 잠이 든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평범한 하루입니다. 여러분은 위 이야기의 인물이 낭비가 심한 사람으로 보이셨나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A는 남에게 과시하거나 사치를 할 목적으로 소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소비에 조금 관대한 편일 뿐입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편의점, 배달음식, 택시비, 외식비, 술값, 쇼핑 등 그렇게 크지 않은 소소한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카드값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어디다 그렇게 쓴 것인지 확인해 본 적이 많았습니다. 최근 우연히 티비 프로그램 중 의뢰인의 지출 내역을 함께 돌아보고 반성하는 내용의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참으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개인의 소비에 대하여 필자가 감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A처럼 생활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충분히 이해도 공감도 되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듭니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려면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비가 손해라는 것을 알고 이를 절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선택에는 언제나 기회비용이 따라옵니다. 매번 소소한 행복을 위해 소비라는 선택을 한다면, 그때마다 시드머니를 더 빠르게 모을 기회를 버리게 되는 것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매월 20만원을 절약하는 것은 현금 1억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습니다.
절약이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투자를 시작할 때입니다. 언젠가 나의 투자금을 열심히 굴려서 점점 그 규모가 커지게 된다면 절약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소비를 늘려도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는 뜻입니다. 그런 순간이 올 때까지 절약을 통해 부를 이루는 속도를 높이는 것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순간순간의 금세 잊혀지는 소소한 행복보다 더 큰 즐거움을 가져다 줄지도 모릅니다.
목요일 오후. 교실에서 새 학기를 준비하던 중 담임을 맡았던 제자가 홀로 찾아왔습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 경제 이야기로 채워나가는 한 시간이 참 의미 있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생과 30대 어른이 노후가 어쩌고 좋은 투자가 어쩌고 하는 모습이 제법 기이한 모습이었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