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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 김선생 Feb 26. 2023

그거, 사시려구요?

[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과거와 비교해서 요즘 주변을 보면 소비에 대하여 관대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꽤 흔한 직장인 A의 하루


  A는 어제 퇴근 후 새벽까지 유튜브를 보다가 늦게 자서인지 아침에 알람을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자버렸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탄다. 겨우 회사에 도착해 숨 돌릴 틈 없이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을 먹는다. 오늘은 좀 맛있는 걸 먹고 싶어 동료와 밖으로 나가 식사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사고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산다. 옥상에 올라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담배를 입에 문다. 이거 없었으면 어떻게 직장생활을 했을까 싶다. 새해 목표가 금연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잘못이 없다. 이게 다 꼰대 김부장 때문이다.


  오후가 지나 퇴근 후 회사를 나왔다. 야근은 안 했는데 어째 오늘따라 더 피곤한 것 같다. 집에 도착하니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오늘 저녁은 배달음식이나 시켜 먹어야겠다. 그동안 샤워나 하지 뭐. 씻고 나와 배달온 치킨을 뜯으며 넷플릭스를 보고 있는 자신을 보니 조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헬스장은 등록해 두고 몇 번이나 갔었나 싶다. 내일부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저녁을 먹고 누워있는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온다. 뭐 하냐 묻기에 그냥 집에 있다고 답하니 근처에 있다며 술 한잔하자고 나오란다. 귀찮아서 망설이다가 ‘오늘까지 딱 마시고 내일부턴 새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친구를 만나러 간다. 친구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올겨울에 대학 동기들끼리, 안되면 둘이서라도 해외로 여행 한 번 가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 젊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놀아야 후회가 없지.’라고 생각한 A는 흔쾌히 수락한다. 내일 당장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보고 호텔, 비행기부터 우선 예약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기대감에 부푼다. 조만간 여행 갈 때 입을 옷이나 몇 벌 질러야겠다고 생각한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괜찮다. 이건 ‘나를 위한 선물’이다.


  기분이 좋아진 A는 오늘은 내가 쏜다며 술값을 계산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행복한 하루였다고 느끼며 잠이 든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평범한 하루입니다. 여러분은 위 이야기의 인물이 낭비가 심한 사람으로 보이셨나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A는 남에게 과시하거나 사치를 할 목적으로 소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소비에 조금 관대한 편일 뿐입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편의점, 배달음식, 택시비, 외식비, 술값, 쇼핑 등 그렇게 크지 않은 소소한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카드값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어디다 그렇게 쓴 것인지 확인해 본 적이 많았습니다. 최근 우연히 티비 프로그램 중 의뢰인의 지출 내역을 함께 돌아보고 반성하는 내용의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참으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저축과 달리 카드값은 확실히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소비에 대하여 필자가 감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A처럼 생활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충분히 이해도 공감도 되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듭니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려면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비가 손해라는 것을 알고 이를 절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선택에는 언제나 기회비용이 따라옵니다. 매번 소소한 행복을 위해 소비라는 선택을 한다면, 그때마다 시드머니를 더 빠르게 모을 기회를 버리게 되는 것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매월 20만원을 절약하는 것은 현금 1억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습니다.


  절약이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투자를 시작할 때입니다. 언젠가 나의 투자금을 열심히 굴려서 점점 그 규모가 커지게 된다면 절약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소비를 늘려도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는 뜻입니다. 그런 순간이 올 때까지 절약을 통해 부를 이루는 속도를 높이는 것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순간순간의 금세 잊혀지는 소소한 행복보다 더 큰 즐거움을 가져다 줄지도 모릅니다.



목요일 오후. 교실에서 새 학기를 준비하던 중 담임을 맡았던 제자가 홀로 찾아왔습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 경제 이야기로 채워나가는 한 시간이 참 의미 있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생과 30대 어른이 노후가 어쩌고 좋은 투자가 어쩌고 하는 모습이 제법 기이한 모습이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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