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주택을 매수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출입니다. 요즘처럼 주택가격이 비싼 시점에서는 소득을 모아 집을 사려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평생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소득에 맞게 전세로 시작해서 착실히 돈을 모아 집을 샀던 과거 세대와는 달리, 현재는 대출 없이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대출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이제 내 집 마련의 필수 관문입니다. 대출 관련 용어 및 개념을 알아보고 어떤 방식으로 대출을 이용하면 좋을지 이야기해 봅시다.
LTV? DTI? DSR? 먹는 건가요?
우리가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심사를 요청하면 직장, 소득 수준, 매수하려는 부동산의 담보 가치를 참고하여 은행이 대출을 승인해도 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이때 LTV, DTI, DSR이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활용하는 데, 별로 어려운 용어는 아니지만 대출을 활용해 본 경험이 없다면 매우 생소합니다. 그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LTV(Loan To Value ratio)
주택담보대출비율. 주택의 담보 가치에 대하여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주택 담보 가치가 5억이고 LTV가 70%라면, 5억의 70%인 3.5억이 대출 가능 금액입니다.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채무자의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및 기타 대출 이자의 연간 상환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연 소득이 5천이고 DTI가 60%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5천의 60%인 3천을 넘지 않도록 대출 한도가 제한됩니다.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채무자의 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DTI와 비슷해 보이지만 주택담보대출 외 자동차 할부,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 대출 금액의 원금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연 소득이 5천이고 DSR이 80%라면, 기타 대출을 포함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5천의 80%인 4천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대출규제는 개인의 재무건전성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보유 현금이 부족하거나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대출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여부나 주택가격에 따라 규제 비율이 다르므로, 매수하고자 하는 주택이 있다면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알고 보면 은행만큼 친절한 존재도 없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은행은 참 친절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조건만 맞추면 거액을 빌려주고, 원리금만 꼬박꼬박 상환하면 빨리 갚으라고 재촉하지도 않으며, 빌린 돈을 이용해서 수익이 크게 나더라도 돈을 더 갚으라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약속만 잘 지키면 이자 외에는 나에게 아무런 요구가 없습니다. 친한 친구나 가족일지라도 그렇게 하긴 어려울 겁니다.
가끔 드라마에서 채권자에게 돈을 갚지 못해 주인공의 집에 압류 딱지가 붙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극적인 긴장감을 위해 채권자는 피도 눈물도 없는 듯 냉정하고 채무자의 가족은 울상을 짓는 모습을 연출하는데, 사실 잘 생각해 보면 이상한 장면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거액을 빌린 뒤에 갚지 않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빌린 사람의 집에서 가보로 내려오는 골동품이나 결혼반지라도 챙겨 오려고 할 것입니다. 잘못한 쪽은 약속을 지키라고 재촉하는 사람이 아니라 약속을 어긴 사람입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원리금을 상환한다는 약속만 잘 지킬 수 있으면 부동산 투자에서 은행은 주택 매수 희망자에게 누구보다도 큰 도움이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을 만들지만 않으면 되는 겁니다.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은 어떤 경우에 발생할까요? 그것은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약속을 했을 때입니다.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대출은 곧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3가지 원칙만 잘 지켜도 대출로 인해 곤란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습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나름의 기준을 세우는 것도 좋습니다. 연봉의 3~5배 이하에서 대출 금액 정하기, 월 소득에서 고정지출을 뺀 금액의 50~60%의 수준에서 원리금 상환액 세팅하기 등 구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두면 스스로 무리한 대출은 아닌지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이자 상승 가능성이나 부동산 하락으로 인한 담보 가치 변화처럼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도 꼭 변수에 넣어 대출을 자신의 컨트롤 범위 내에 둘 수 있도록 합시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보유 재산뿐만 아니라 대출도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대출이 이용가치가 있으며 꼭 필요한 수단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덮어놓고 받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하는 것이 대출입니다. 건전한 대출 계획을 세우는 것은 행복한 내 집 마련의 첫걸음입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것, 대출에서도 중용은 중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