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까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by 아코더

책 초반부에 크라잉넛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떠올랐다.

'아!! 이거 내가 읽었던 책인데!!'


역시 기록하지 않으니 언제 어떤생각으로 읽었는지 알길이 없다. (기록은 좋은 것.)





책에 빠져들다


"감히 건방지게!" 이런 말을 듣더라도 솔직하게 말하자. 나는 알베르 카뮈가 쓴 유명한 에세이 시지프의 신화를 차원 높은 '철학적 횡설수설'로 간주한다.


찐이다. 크크

아무래도 이 부분부터 유시민 님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삶의 의지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 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 56


그다음 한 줄도 인용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마음에만 새겼다. 나중에 이 글을 읽고 궁금하면 다시 책의 그 페이지를 다시 펴 봐야지.





늙어 가는 것에 대하여


이천 서 씨의 집성촌 종가 맏며느리로 살면서 아이 열둘을 낳아 여덟을 키워냈던 외할머니 장례식은 사람으로 붐볐다. 위엄 질서 사랑... 내게 외할머니는 그런 것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었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 67


유치원 때, 장래희망을 적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떤 남자아이가 '할아버지'라고 적어서 한바탕 유치원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If I become a grandmother later, I want to be remembered by my family as an orderly, dignified, and full of love.(기억하고 싶어서 그냥 한번 써 봄)

나도 언젠가 할머니가 될 텐데, 손자가 이런 생각을 해 준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만난 노부부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수평적으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나이가 많이 들어도 변함없이 개방적으로 생각하며 유연하게 생각한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 76


나이 듦에 우선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훌륭한 사람, 돈 많은 사람으로 나이 드는 것보다 품위 있는 사람이 되는 데에 집중하고 싶다.


나이가 많이 들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후배들이 지혜를 구하러 오면 조심스럽게 조언을 하는 선에 머무르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 77



참으로 멋진 생각이다. 품격 있는 노인의 태도. 나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포장하는 글이 아니라 진실한 표현이라 믿기에 이런 면에서 어른으로서의 유시민 작가님을 존경한다.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글로 써서 책으로 펼쳐 세상으로 전달하는 모습이 멋지다.




종교와 정치에 대한 생각


읽으면서 나무위키에 유시민 작가님을 몇 번이고 검색했다. 무신론자 라고 나오지만 성서를 몇 번이고 읽었다는 말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감옥에서 반입되었던 유일한 책이 바로 성서라는 것도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성서에 대한 소개 문장도 기독교인인 나로서는 흥미로웠다.


진보였던 젊은이가 보수가 되는 것은 가능해도 보수였던 젊은이가 진보로 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통찰이었다.


나에게 정치에 대한 진득한 관심이라고는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예능 프로에서 김슬기 님이 쌍욕을 탑재하고 열연했던 것을 보며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 토크를 즐겼던 것이 전부였다. 가족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날 서는 모습을 보며 정치에는 어쩐지 관심이 멀어졌다.

아무리 목놓아 서로 따지며 이야기해봐야 득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 정치 쪽으로는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서였다.

그러나 30대 중반을 향해 가며 정치, 사회 전반에 더욱 관심 갖는 국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대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유쾌한 포인트 TOP 3

1. 우리집 축구광

막내아들을 이야기할 적에는 '우리집 축구광'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느껴져 흥미로웠다.


2. 먹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나는 '먹물'인 게 확실했다. 글쓰기는 유익한 지식, 감동을 주는 정보를 남들과 나누는 일이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 78
모르는 자료를 조사하는 '먹물'의 습관에 따라 근자에 대유행하고 있는 뇌과학 관련 진화심리학 책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 110


위 문장 하나에서 3가지의 재미와 배움을 느꼈다.


1. '먹물'의 습관 - 공감되고 멋지다. 이런 표현 정말 취향저격이다.

2. 근자에 대유행하고 있는 - '근자'라는 어휘를 득했다.

근자(近者) 요 얼마 되는 동안 _네이버 국어사전

3. 잡히는 '대로' - 가끔 책을 읽으며 영어뿐 아니라 국어도 문법이 많이 틀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많이 틀리는 부분이라 괜히 내 눈에서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3. 걸그룹과 변연계


나로서는 얼굴과 이름을 구별하는 게 불가능한 걸그룹 멤버들이 춤추면서 노래할 때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도 변연계의 활약 때문이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 112


이 부분에서 노란색 인덱스지에 '유쾌함'이라고 메모했다. 변연계에 대해 생물학적인 설명이 이어질 때 책을 덮으려는 순간 번뜩였던 이 문장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아, 왜 유시민이 본인 스스로를 글쟁이, 먹물이라 표현하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2가지

82년생 김지영 중에서
글을 잘 쓰려면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한다. 나는 박경리 선생의 토지 1부를 다섯 번 넘게 읽었다. 어휘가 풍부하고 문장이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베껴 쓰기 못지않게 어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다른 훈련법은 작은 수첩을 지니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메모하는 것이었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 154


그럴 때 수첩에 무엇이든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하거나 머리를 스쳐가는 상념들을 붙잡아 메모했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155



글쓰기에 빠져든 요즘,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를 사랑하는 작가, 유시민 작가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p.236에 글쓰기에 대한 그의 고백이 나옴)




롤모델


내가 그를 노년기 롤모델로 삼는 것은 그가 글 쓰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 228


나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훗날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는 건 참으로 기쁜 일. 함부로 '롤모델'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될 만큼 '롤모델'이란 가치 있는 단어다.




출간일을 찾아봤던 이유 /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의 조각들


책을 덮고 나서 어떤 시기에 이 책을 쓰셨는지 책의 출간 날짜를 살펴보았는데, 2013년이었다. 이를 찾아봤던 이유는 2가지이다.


첫번째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첫번에 나왔기 때문이는데, 왜 의문을 가졌을 지는 굳이 여기 쓰지 않아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두번째는 대통령 선거에 불복하는 청년들에게 대한 메시지를 읽고 나서였다. 당연히 박근혜 정권이었을거란 생각은 했지만 정확한 시기가 문득 궁금했다.



가장 어려웠(어서 뛰/적/뛰/적 책을 넘겼)던 부분이 바로 생물학 부분과 온갖 외국인 프랑스, 러시아인들의 이름이 거론되며 철학과 정치,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정말이지 언어영역에는 잼병인 이과생이었기에 더욱 그랬을지 모르겠다.


읽기만 해도 울렁거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많은 책을 읽고 나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하는데 쉽지 않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고인이 되신 정치인 분들이나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정치인이 성 스캔들로 구설수에 오르거나 옥살이를 하는 등 대중들을 충격에 빠지게 하는 처참한 말로를 보여준 사례들을 우리는 지난 10여년간 꽤 여러번 보았다.


부디 유시민 작가님은 이 책에서의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멋진 어른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


1. 롤모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어요.

2. 제일 안 읽혔던 부분에 대해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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