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가려운 부분을 카피라이터가 긁어줍니다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와 <카피책> 을 읽고

by 아코더

코감기 걸렸을 땐 이비인후과 가고

배탈 났을 땐 내과 가야지



글쓰기를 시작하며 '글쓰기'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아니, '많이' 라기보다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이상하게도 읽을수록 목이 말랐다. '문장을 잘 쓰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라고 고민하던 중에 국문학과를 나온 친구 G가 예전에 광고동아리 활동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 카피라이터를 찾아가 볼까?



문장을 잘 쓰고 싶으니 '혹 하는 문장'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카피라이터를 만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피라이터 책 2권을 읽었다.

2권 다 300페이지가 넘어서 '왜 이리 두껍지?'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술술 읽혔다.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이채훈, 2019


첫번째 책은 광고인 이채훈님의 책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이다.

노란색 표지 디자인이 퍽 마음에 들었다. 인스타에 올린 짤막한 후기글에 이채훈님이 좋아요를 눌러주셨다.



책 제목은 크리에이티브를 다루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 영감을 제공해주는 알짜배기 소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책상 앞을 떠나 책들이 가득한 서점으로 산책을 나가보자. 아이디어 득템은 시간문제다.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이채훈, p137


아이디어 '득템' 이라니 참 귀엽다. 그야말로 말하듯이 쓴 문장인데 참으로 맞는 말이며 공감된다. 금요일 퇴근 후 종종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산책을 하는데 이제는 '책 제목'을 유심히 봐야겠다.


나에게 신문 읽기란 매일매일 배움의 즐거움과 몰입의 즐거움을 챙겨주는 습관이다. 다른 사람의 공들인 기록을 아침마다 읽는 행위가 나의 생각 근육을 튼실하게 길러주고 있다.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이채훈, p210


이 책에서는 '쓰는 사람'의 마인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다룬다. 운동, 신문 읽기, 취미 갖기 등등...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라고 교과서에서 배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 책 고르기를 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카피라이터 이야기를 간접경험하며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을 짝지어 보자. 세상에는 낯선 조합의 수만큼이나 놀라운 발상의 수가 있다.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이채훈, p242

아파트 1층 비밀번호가 '7210'인데 보호필름이 7과 2와 1과 0이 구멍이 날 지경으로 선명히 닳았다. 반려자와 나는 '도둑이 비밀번호를 몇 번 시도해야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을까?' 에 대해 입씨름을 했다. (이과 출신 부부의 흔하지 않은 무쓸모 대화)

'nCm' 을 운운하며 4 x 3 x 2 x 1을 해야 하므로 답은 24번 시도해야 한다는 뭐 그런 얘기였다.


금붕어 + 망치 = ?
선풍기 + 기린 =?
자전거 + 양파 = ?


요지는 '조합의 수' 다. 동사와 명사의 조합만 해도 오조오억개는 넘겠다.

얼마나 창의적인 문장이 많이 나올까. 관용어구를 피해 다양한 조합으로 문장을 만들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치번. 열을 열로 다스리듯, '번아웃'은 '버닝'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이채훈, p276


한창 프로젝트로 바쁠 때 스피닝(사이클을 타며 빠른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때야 말로 '번아웃'을 '버닝'으로 다스리면서 '러너스 하이'를 느꼈는데 그때를 생각하니 '이번치번' 이라는 단어가 퍽 와 닿았다.






카피책, 정철, 2016

두번째 책은 광고인 정철님의 책 <카피책>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을 태깅하는데 역시 잔뼈 굵은 카피라이터임을 읽는 내내 느꼈다.

클라이 막스부터 소개한다.


스토리텔링은 전어다.
<카피책> 정철



그냥 한방에 끝. 이 문장을 외우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혼자 조용히 침대에 배 깔고 누워 읽다가 이 문장을 읽자마자 육성으로 터져 나왔다.


"이 사람, 잘하네."


광고계는 잘 모르지만 저자는 필시 돈 잘 버는 광고인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을 이렇게 잘 한다면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할 테다.



카피 쓸 땐 연필로 쓰지 말고 송곳으로 쓰라고.
두루뭉술하게 쓰지 말고 송곳으로 콕콕 찔러 쓰라고.
<카피책> 정철, p 23


송곳이라니요.

생각이 닿고 닿아 송곳까지 가기에는 아직 먼 글린이인 나에게 '송곳'이라는 단어는 흥미로웠다.


송곳만 있을까? 스푼도 있다.



카피라이터는 쓰는 사람이면서 지우는 사람입니다. 송곳을 다 사용했다면 그다음 들어야 할 것은 스푼입니다. 스푼을 들고 아이스크림 퍼내듯 군더더기를 퍼내야 합니다. 송곳과 스푼 두 가지 무기를 다 사용한 후에 카피가 끝납니다.
<카피책>정철 p105


쓰는 사람이면서 지우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송곳과 스푼이라는 무기'라고 풀어낸다. 글쓰기를 하면서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문장이 되겠다. 어쩌면 평생 기억에 남을 문장이 아닐까 싶다.



<카피책>에서 아쉬운 점을 한 가지 꼽자면

정치인 카피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 OO 전 충남도지사, 박 OO 전 서울시장, 김 OO 의원 등 말로가 좋지 않았던 정치인들이 다수 등장해 대충 읽고 넘겼다.

물론 예로 들기에 적절했고 카피 자체도 훌륭했다.



<카피책> 에필로그에는 저자가 한 글자 단어로 쓴 자기소개 문장들이 나온다.

가령,~(문장을 찾아야 할듯)같은 것이다.


'저렇게 문장을 힘 있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쓰십시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습니다.
<카피책> 첫 페이지 중에서


책 363페이지를 다 읽고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와 첫 문장을 읽으며 마무리한다.


그래, 쓰자.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두 권 중에 굳이 우위를 가리자면?



글쎄... 감히 나는 못하겠다.



카피란,

광고에 나오는 모든 말과 글. 의미를 조금 더 키우면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말과 글이라고 한다.


'설득'은 곧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일이다. 나 또한 울림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이과 출신인 내가 '글'을 쓰겠다고 덤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저 말랑한 뇌가 부럽고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에 읽어 본 카피라이터의 책 2권이었다.


문장을 잘 쓰고 싶다는 고민과 글쓰기에 있어 가려웠던 부분은 어느 정도 긁은 듯하다.

라미O원스 같은 책을 만났달까.

글 잘 쓰고 싶다면 카피라이터 책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싶어 이 서평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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