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필사하기 좋은 소설

아몬드라는 소설을 읽고

by 아코더

아몬드.png
<아몬드> 책 표지를 보고는...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게 뭘까?

아몬드를 좋아하는 소년인가?

소년의 표정은 뭘 말하려는 걸까?


정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나미야 잡화점의 일기>를 반쯤 읽고 덮은 후, 오랜만에 손에 쥔 소설 <아몬드>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 책이 인기가 많을까?

책 표지에 이 얼굴은 도대체 뭐지?

제목은 도대체 왜 <아몬드>인가?


이 책 262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첫페이지에 온 순간, 의문이 풀렸다.




읽게 된 동기


술술 읽혀서 밤샌다는 사촌동생 이야기를 듣고 도서관에 무심코 예약도서를 걸어봤다. 당최 왜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없지만 그냥 재밌다길래 읽었다. 소설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서.



명문장

곤이는 후추통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우리의 눈이 후추 통에서 만났다.
<아몬드> 손원평

단문이지만 색다른 표현이 가득 한 것을 보면 소설가가 얼마나 많은 관찰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중심 인물


손윤재


남자 주인공이다. 유년 시절 부터 성인이 되어서 까지 감정 없는 병을 가지고 있지만 평범한 남자 아이 손윤재. 회사를 다니며 나는 손윤재가 되려고 애써 노력한 건 아닐까. 감정 없는 사람 처럼 말이다.

필사를 하면서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윤재를 그려 보았다.(토실하면서 촌스러워진 윤재, 미안하다)



할멈과 엄마


기골이 장대한 할멈의 등장이 돋보였고 문득 시할머니가 생각났다. 윤재의 엄마는 감정 없는 윤재를 정상 사람으로(?) 악착같이 키워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와 할멈의 관계를 이 한 문장으로 잘 나타내준다.

군중 속에서 평범해 보이기 위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주입식으로 가르친다. 그 중에서도 이 한 줄이 압권 이었다.


참고사항 : 표정의 경우 무조건 상대와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편함.
같은 책



곤이


감정 없는 윤재와 상처 많은 곤이의 만남이 극의 중심을 이끈다. 윤재는 사랑 받고 컸고 곤이는 사랑 받지 못했다. 그런데 둘다 정상은 아니다.


윤재는 감정을 못느끼는 이름 모를 병에 걸린 설정으로 등장한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이렇게 살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벌써 나부터 그렇다. 상처를 몰랐으면. 아픔을 몰랐으면 해서 랄까.



첫사랑 도라


윤재에게 도라는 첫사랑 이었다. 단문으로 똑똑 떨어지는 호흡으로 도라를 처음 만나는 장면은 읽을 땐 두근거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소설의 맛이었다.


때로는 혼자 다녔다. 그러면서도 왕따를 당하거나 겉돌지 않았다. 그저 자기 스스로 존재하는 아이 같았다.
아몬드, 손원평 183



윤 박사와 심 박사



윤재를 도와주는 남자어른들도 등장한다.

곤이의 아버지인 윤 박사와 빵집을 하게 된 사연을 가진 심 박사. 심 박사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윤재의 옆을 지켜준다. 읽다가 혹시 심 박사가 사기를 치는 건 아닐지. 반전이 있는 인물은 아닐까 했지만 아니었다.



철사 형과 찐빵


조연으로 등장하는 철사 형과 찐빵의 묘사도 빛난다.

철사 형은 흰 피부에 평범한 인상은 제법 상상이 간다.

찐빵은 얼굴에 찐빵을 맞은 것 같다고 했던가. 찐빵 별명의 이유가 흥미로웠다.



명장면



세피아 필터가 끼워진 영화처럼 생생히 보인 장면이 많았는데 그 중 3 장면을 꼽아본다.


1. 도라와 윤재가 처음 만날 때

2. 건강을 회복한 엄마와 윤재가 만날 때

3. 세상을 떠나는 곤이의 엄마와 윤재가 안을 때


윤재를 곤이인 줄 아는 엄마에게 안기는 장면은 읽으면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한권에 수많은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소설가의 힘이 아닐까 싶다. 곤이가 엄마를 그리워 하는 대목에서는 마음이 아팠다.

따뜻했냐, 그 품이 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겉으로는 센 척 해도 곤이도 소년이었으니까.



에필로그


맨 첫장에 Dan에게 라고 작게 쓰인 한장을 넘기며 '뭐지 이 종이낭비는???'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들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들이다. 당신도 한 때 그랬을 것이다. 나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내게 더 많은 사랑을 준 사람의 이름을 첫장에 싣는다.

맨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고 나서 맨 앞에 문장을 읽어 본다면...(부디 이 서평을 읽은 독자는 첫장을 무심히 지나쳐 주시길)


마치 오케스트라를 마치며 마지막 낮은 음정을 콘트라베이스로 네박자 길게 끄는 듯한 울림이었다.



총평



책이 술술 읽힌다는 사촌동생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것 같았다. 보다보면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 드라마같은 책이었다.


극에 아주 큰 반전이 있어 긴박한 느낌이 있는 건 아니지만 표현 자체가 황홀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내 평생 에세이는 써도 소설은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의적인 문장과 배경설정. 저자는 띄엄 띄엄 3년동안 집필했다고 에필로그에서 회고한다. 소설가의 길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소설 속 마지막 한 문장의 방점을 찍기 위해 돌고 도는 것.



손원평님의 장편소설 <아몬드>는 2021년 어워즈 인생 소설 중 한권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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