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큐플렉스 2030 주식투자분투기>를 보며 글 쓸 시간에 주식 공부를 해야 하나 싶었다.
주식공부하는 직장인이 많을까.
글쓰기 공부 하는 직장인이 많을까.
아마도 주식공부를 하면서 글 안쓰는 사람이
글을 쓰면서 주식공부를 안 하는 사람보다 더 많지 않을까.
글쓰기의 효용을 떠나 글쓰기가 주는 즐거움에 따라 지금으로서는 주식공부보다 글쓰기에 집중하기를 선택했다.
(글쓰기의 효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 해보겠다.)
국어영역 점수가 다가 아니에요
참담한 결과로 수능 언어영역 성적표를 받아 졸업한 이과 출신인 내가 글쓰기와 독서를 덕질로 삼다니, 상당히 모범적이다. (지금보니 '언어'->'국어' 영역 으로 바뀐 모양이다.)
사실 이렇게 된데에는 코로나가 크게 한 몫 했다.
글쓰기와 독서라면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해야할 것 같았다. 글쓰기라면 문법과 형식에 맞아야, 독서라면 비문학과 문학 독해를 구분하여 글쓴이의 의도나 핵심주제를 쏙쏙 뽑아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가령 언어영역 문제 유형이 이렇듯 말이다.
2021년 수능 국어영역 짝수 8번 문제
문제를 읽자니 눈이 질끈 감긴다.
국어 영역을 잘 못했어도 즐겁게 글 쓸 수 있다. 물론 국어 영역을 잘하는 사람은 잘 쓸 수 있겠지만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국어 영역을 못했더라도 재밌는 글이, 사랑받는 글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글을 쓸 수록 그렇다는 걸 느낀다. 출근길에 지하철 독서를 하고 걷는 길에서 글감을 생각하고 퇴근해서는 책을 쓰고 싶다고 글을 쓰며 든 단상 4가지를 이야기 해 본다.
1. 영감님, 좋은 아침 입니다.
출근길에 2호선을 타고 을지로3가에서 갈아타야 한다. 출근길 오전 7시30분에 종종 찾아오시는 영감님이다. 영감님이 찾아 올 때면 2호선 내선순환 열차를 타고 을지로3가를 지나쳐 그 길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때로는 '오, 좀 괜찮은데?'하는 은유가 막 떠오르면서 한 문장으로 막 완성이 될까 말까 하는 찰나에
'띠리링 띠리링 띵! 발빠짐 주의! 출입문 닫습니다. '
하는 알림음이 산통을 깬다.
영감님은 같이 타고 가던 열차에서 내려 반대편 열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어어엇!! 가지 마세요!! 아직 문장 다 안 알려줬잖아요!'
터덜터덜 안국역에서 나와 걷다보니 어젯밤 야식으로 맛있게 먹은 짜파게티가 생각나면서 이런 문장이 떠오른다.
어젯밤 먹은 짜파게티 면발은 윤기가 반질반질 나면서 불지 않고 탱글탱글했다.
2. 문제가 있으면 풀어봅시다!
문제의식을 갖고 쓰라는 글쓰기 선생님들의 책 속 조언은 도움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도움된 노래가사가 있었으니
문제가 있으면 풀어봅시다!
뽀로로 친구 똑똑박사 에디의 테마송 가사 다. (두돌 조카에게 배운) 검지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짚으며 부르는 에디의 문제풀이송 가사가 퍽 와닿았다. 문제의식을 갖고 답을 찾아 가는 글쓰기를 하면 훨씬 잘 써졌다.
3. 소제목의 힘
https://unsplash.com/@sebaspenalambarri
초고를 고치다보니 소제목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 말로 갈겨 쓴 초고를 바닷속에서 마구 잡이로 낚은 물고기라 해보자. 고쳐 쓸 때에는 칼을 쥐고 소제목을 달아, 심해에서 건져올린 초고를 발라내고 정리한다.
4. 퇴근 후 '다상량'을 위해 예능을 봅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중에서
다작, 다독, 다상량이라 하였으나 퇴근 후 글을 쓰려고 의자에 앉으면 '다상(多想)'이 안된다. (어쩔 때는 뇌정지로 '상'도 안된다.)
퇴근 후 머릿속은 쩍쩍 갈라진 피부마냥 건조하다. 영양크림을 바르는 기분으로 드라마나 예능을 본다. 이따금 건조했던 뇌에 윤기가 나서 구글킵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본 것을 적다 보면 글감이 피어난다.
다음 달에 나올 글쓰기 신간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게없겠네>의 저자 이자 글쓰기 코치인 글밥님과 책 쓰기를 위한 글을 쓴지 꼬박 2달이 되어간다. 1월부터 시작한 책 쓰기 프로젝트는 60%를 지나왔고 새로운 3월 한달이 시작된다. 그동안 비루한 글에 광선검으로 코멘트 주신 글밥 작가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작가님의 신간 대박을 기원하며...
아무쪼록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월 한달 고생 많으셨어요. 즐거운 주말 + 삼일절 되세요.
(덧. 언어영역은 젬병이어도 글쓰기에 진심인 편인데, 출판사 편집자님들 제 글을 사랑스레 봐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