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 부페와 고기 부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무조건 해산물 부페를 고를 테다. 횟집 사장 아들한테 시집을 가고 싶다고 노래할 만큼 어렸을 때부터 회를 좋아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서해와 인접한 인천에서 나고 자라서 그렇다고 혹자들은 말하는데, 해안가와 그리 가깝지 않은 인천에 살았기 때문에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어설프게 답을 한다. 그렇다면 나는 해산물이 왜 좋을까?
일단 식감. 치아와 잇몸이 태생적으로 약해서 뜯고 앃어야 제맛인 고기를 많이 먹지 않았다. 물론 같은 이유로 양념 게장을 영자언니 만큼 맛있게 먹지 못한다. 게장은 게딱지에 붙은 살에 따뜻한 밥과 참기름의 조합으로 쓱쓱 비벼 한술 텁 하고 먹는 것만 선호했다. 게다리를 치아로 씹어서 부순 다음 안쪽에 붙은 살을 쪽쪽 빨아먹는 적은 손에 꼽는다.
다음은 냄새. 건설회사 밥을 10년 먹으며 삼겹살에 소주 회식을 많이 다녔다. 추운 겨울날 송년회를 할 때면 보통 열에 아홉은 고깃집이다. 아니지. 열에 열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부장님들은 횟집보다 고깃집을 선호했다. 고기 냄새가 잔뜩 벤 코트를 입고 지하철을 탈 때면 나도 그것이 얼마나 민폐인지를 알기에 자연스레 구석으로 피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분위기. 제주도에서 배낚시를 해서 잡아 올린 세꼬시를 그대로 회를 떠서 먹은 적이 있는가. 아마 있다면 고기파도 해산물파로 넘어오게 되리라 장담한다. 고기는 축산 농가에 부러 가서 먹지 않는다. 하지만 회는 그렇다. 선홍빛의 싱싱한 방어를 두툼하게 썰어 간장을 살짝 찍어 깻잎에 탁 싸서 먹으면! 이것을 먹기 위해서라도 겨울에 제주행 비행기를 탄다.
내 생일에 횟집 사장 이벤트로 깜짝 등장한 횟집 사장 아닌 남편
회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문득 늘 맛있는 회를 함께 먹은 가족들이 떠오른다. 횟집 사장 아들과 결혼하면 맛없는 부위만 먹게 될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아빠는 내 생일이 되면 횟집을 가자고 했고 회케이크를 만들어 가운데 초를 꽂아 생일 축하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비록 횟집 며느리가 되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회보다는 고기를 더 좋아하는 반려인을 만나 오히려 다행이다. 횟집에 가면 나에게 많이 먹으라 하고, 고깃집에 가면 내가 그에게 많이 먹으라 하기 때문이다.
회는 제철이 있어 계절별로 바꿔 먹는 재미 또한 해산물에 진심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바야흐로 전어는 갔고 방어의 계절이 왔으니 먹킷리스트에 방어회를 넣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