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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pr 29. 2021

정상 체온 입니다

당신의 체온은 지금, 몇 도 인가요?


인간은 사람이고 사람은 인간이지만, 그 틈에서 꽤나 가파른 온도차를 느낄 수 있다.


'사람'이라면

'정상 체온입니다.' 라며

36.5도가


'인간'이라면

'낮은 체온입니다.' 라며

35도 그 이하가 것만 다.


인간은 차갑다면 사람은 따숩다. 

'인간'보다 2도는 더 따수운 느낌, 바로 '사람'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람' 좋은 척하다가도 스스로 밀당하듯 멀어졌다가, 이내 고독해하는 모순적 '인간'.


보통사람으로 살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인간'과 '사람'의 경계에서 비틀대며 살아간다.





조카며느리 '사람'


남편 이모부를 모신 납골당에 처음 간 날, 남편은 평소보다 더 뜨거운 '사람'이었다.


사과도 깎아 놓고 소주도 한잔 올렸다. 그 앞에서 그는 얼굴이 시뻘게 지더니 소리 내어 울었다. 처음 본 그의 오열이었다.


해외 현장에 있느라 장례에 못 왔던 것이 미안한 마음, 덩그러니 이름 석자 새겨진 공간으로 존재하는 이모부를 바라보며 떠나보냈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한다.


옆에 계시던 88세 시할머니도 소리 내어 우셨다.


"자네, 이렇게 빨리 가버리면 어떡하나... 어떡하나..."


이모부를 딱 한번 뵌 적 있는 나도, 그 틈에서 따라 울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그 날은 정수리로 내리쬐는 햇볕마저 삼킬 만큼 뜨거운 무언가가 뇌에서 터져 나왔다.





경력직 '인간'


이직을 하고, '사람'답고 싶었으면서 '인간'이기를 자처했다. 고도의 지능을 소유하고 독특한 삶을 영위하는 고등동물, '인간' 이기를 바랐다.


살가운 관심, 진심 어린 칭찬, 부담 없는 대화를 하며 새로운 회사동료를 만나 싶었으면서

'인간'세계에 나를 가두고 철벽을 쳤다. '돈으로 얽힌 사이'라고 끊임없이 규정지으며 머릿속으로 득실따졌다. 자로 잰 듯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내 편에 있는 경계의 끈을 꽉 조여 맸다. 그런 날들이 하루 이틀 반복되며 메마른 탓에 나는 자주 쉽게 울적해져 버렸다.



안 지 3개월도 안된 부장님의 부친상을 굳이 가야 하나 하는 마음,

가더라도 나를 알아줄까 하는 마음,

그래도 언젠간 전 직장 동료들처럼 친해질 텐데 하는 생각이 한데 뒤엉킨 끝에 결국 조의금만 들러 보냈다. 그러고 꽤 오래 후회했다.


결국 '사람'이었다.





사람, 그래도 사람


정해진 날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들었던 계약직 여성 2명이 어제부로 퇴사 했다.




초코과자와 두유, 아몬드, 사탕 등을 서류봉투에 가득 담아 나에게 선물이라고 건네주었다. 크라프트지 봉투에는 동글동글한 글씨로 쓴 마음 담겨 있었다.


뜨끈한 국물 한 사발 들이킨 마냥 몸이 뜨끈해지고, '사람냄새'향의 룸스프레이를 마음 속에 칙칙 뿌린 듯, 이내  건조했던 마음이 촉촉해진다.





홍매화가 만개했을 때 그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주고, 자궁경부암 주사 가격이 인상된다는 꿀정보를 알려주었다. 은 것을 보고, 맛있는 걸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나' 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마음을 알기에 더 감사하다.


그토록 사람을 위하는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들이 언제나 그녀들의 주변에도 늘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의 체온은 지금, 몇 도 인가요?




내일, 위즈덤 작가님은 '잔소리'와 '조언'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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