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시선에서 사랑받는 글이 어떤 글인지, '라이킷'을 누르게 만드는 글이 어떤 글인지 안다. 공감이 가는 글, 유용한글, 위로가 되는 글. 또 더러는 작가를 위로해 주고 싶거나 응원해 주고 싶은 글에 라이킷을 누른다. 마치 친한 친구가 속 이야기를 털어놓은 듯 내밀한 이야기나,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신선한 소재의 글에도 마음이 간다.
어제와 오늘,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 조회수가 폭발했다. '회사에서 아랍인 친구 사귀기' 시리즈였는데, 심혈을 다해 썼던 노력 대비 라이킷수가 10개도 넘지 못해내심 멘붕이 온 상태였다. 다음날에도 여전히 독자들의 반응은 없었는데 그날 오후 갑자기 알림이 뜨기 시작했다.
조회수가 7000을 넘어서야 라이킷 수 10을 달성했다. '감사합니다! 열 번째로 라이킷 눌러주신 분!'
처음에 조회수가 치솟을 때 방방 뛰다가 가만 보니 라이킷 수는 그대로 9였던 걸 생각하니 좋아할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말했다. MBTI 'T'유형(공감보다는 뼈때리는 타입) 인 남편은 아마도 독자들은 'Daum' 여행맛집 페이지 메인에 뜬 글의 제목만 보고 눌렀다가 '낚였네!' 하고 뒤로 가기를 눌렀을 거라고 했다. 콕 집어 현실을 말해 주는 남편에게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래 나도 알고 있지, 맞아.
'T'인 나는 빠르게 현실을 인정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오히려 그 말에서 배울 점이 있었다. 여태껏 '회사에서 아랍인 친구 사귀기 (1), (2), (3)...'이라고 썼던 글보다 오히려 본 제목을 달고 시리즈제목을 소제목에 다는 것이 낫겠구나 하는 점이다. 오케이, 현재상황은 알겠고 그렇다면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이 더 있을까?
문제점은 뭘까. 독자들이 과연 '아랍인 친구'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가 첫 번째였다. 이 소재의 글을 계속 써도 되는 걸까. 아랍인 친구 이야기는 10개 이상을 써서 브런치북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있었는데 쓰다 보니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글, 내가 기억하려고 쓰는 아카이빙용일까. 독자에게 들려주려고 쓰는 에세이일까.
브런치에서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라는이름을붙여주면서 그에 걸맞게 맛깔나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책이 될 만한 글을 써서 어떻게든 줄기컨셉도 잡고 엮어가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서 '회사에서 아랍인 친구 사귀기'라는 소재를 잡아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이 손가락까지 전달되니 중간에 스트레칭도 해가며 글을 썼다. 식물을 잘 키우려고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식물이 썩듯이 잘 쓰려는 욕심은 오히려 글에 독이 되었다. 그래도 요즘 내 일상에서 가장 독특한 소재거리가 될 만한 글이므로 계속 쓰자고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네 번째 글까지 발행했다. 그때, 내 정성을 브런치가 알아준 걸까. 아니면, 글의 참신함을 인정받은 걸까 하고 두근거렸지만 독자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자, 그러면 이제 소재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나 긴 호흡의 문장을 수정하려고 글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작가님들이 만약 이 소재의 글을 썼다면 이런 글이 나왔을까. 필력을 탓해보기도 했다. (흑흑. 쓰다 보니 '맴찢'이네...) 문단의 핵심문장을 청록색으로 바꾸고 '진하게' 처리를 하기도 했다. 좋은 글을 만들어 보려는 나름의 노력이자 연습이었다. 좋은 에세이는 건질만한 문장,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문단 속에 두세 개만 있어도 '이 작가 글 잘 쓴다!'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는 걸 독자의 눈으로 에세이를 보며 느꼈기 때문이다.
8월 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열린다고 한다. 그때 내려면 다시 한번 방향성을 정해야 하는데 어찌 엮어야 할지 내가 글을 쓰는 공간인 '집현전' (집 안방 귀퉁이에 책상을 놓은 나만의 공간)에서 주말 동안 고민을 해봐야겠다. 다행스럽게도 회사에 있을 때 보다 방구석 에세이 작가로서 '집현전'에서 이러한 고민을 할 때가 훨씬 더 행복하다. 똑같이 머릿속 CPU를 돌리다 보니 정수리에서 김이 나는 일이지만 말이다.
시원한 보리차 한잔 마시고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 듬어봐야겠다. 폭발적인 브런치 조회수에 비례하는 독자의 라이킷을 얻는 글이 나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