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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ug 16. 2023

한국에서는 결혼식에서 남녀하객이 같이 있다고요?

회사에서 아랍인 친구 사귀기 (4)


2월 14일 아침, 사우디 아라비아 발주처 사람들에게 누룽지 과자를 나누어 주었다. 40-50대인 남자 3명, 30대 남자 2명이었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분이 말했다.


"Happy Valentine!"

 



프로젝트를 하며 만난 사우디 남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한 부류는 절대로 여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K, 또 다른 부류부담스럽게 친절한 B군이다. 그 사이 어중간 사람 없었고 오히려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다. K의 남자들은 왠지 정조를 지키는 모습이고, B의 남자들은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K군의 남자들을 소심한 남자로 보거나 B군의 남자들을 람둥이라 단정 짓는다면 아주 큰 실례다.


나와 띠동갑N 부장님과 처음 왓츠앱으로 개인적인 수다를 나눴을 때, 나에게 '우정' 에 관한 짧은 영상을 보내주었다. 새삼스럽게 왜 이런 영상을 보내나 싶었던 한편, 나에 대한 존중이 느껴져서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그와 개인적으로 연락하며 시시콜콜한 수다를 나누는 모습을 본 회사 동료는 나에그 부장님이 나를 제2의 아내로 점찍어둔 거 아니냐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 속에는 꼬리치는 모양새란 없으며 그저 세계 시민 간의 진실한 우정만 있음을 알기에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빙긋 웃어 넘길 수 있었다.


친구 G의 결혼식에서 축무로 '허니' 노래에 맞춰 춤춘 영상은 아랍인 친구 아르와에게 보여줬다. 축무를 할 때 왼쪽에는 신랑측, 오른쪽에는 신부측 하객들의 시선을 느끼며 긴장했던 순간이었다. 무릎길이의 치마를 입고 어설픈 웨이브와 춤 동작을 무대 위에서 하는 그 영상을 다시 보니 나 자신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이 결혼식은 축가와 축무가 있었고 전체 1시간이 안 걸렸다고 아르와에게 소개해 주었다. A는 사우디의 결혼은 조금 다르다고 다. 사우디 결혼식에서 하객들은 남녀가 다른 장소에 있게 되고 예식은 거의 하루정도로 아주 길게 진행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결혼식 때 처럼 어떤 신랑 친구가 신부 친구 중 한 명이 마음에 들어 신랑에게 소개 시켜달라고 하는 일이 없다고 했다. 벌써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우디에서 한 쌍의 부부가 탄생하는데에는 결혼식의 긴 시간 만큼이나 가족들의 깊은 개입과 과정이 포함된다. 거리를 걷다가 이성이 연락처를 묻거나, 같은 동아리에서 맘에 든 남자가 있어 고백을 해 사귀게 되거나,클럽에서 우연히 처음 본 이성과 사귀는 자유로운 연애는 사우디에서 일반적이지 않다. 가족과 가족이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되는 결혼인 만큼 연애 부터 가족들이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놀라운 사실은 친척간의 결혼이다. 우리 나라는 심지어 과거에는 동성동본을 법적으로 금지하기도 했는데, 사우디에서는 오히려 친척들 사이의 결혼이 흔하다고 한다. 그것이 그들의 한 핏줄을 이어나가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성경책에서 봤던 것과 비슷해 보였다.

 

예를 들어, A남자의 엄마가 B여자를 자기 며느리로 삼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다고 하자. 그러면 A남자의 엄마와 여자 형제들은 A에게 B를 소개해 준다. A가 마음에 들어한다면 A의 엄마와 여자 형제가 B의 집에 찾아가 A를 소개해 준다. 사진을 보여주고 어떤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해 준다. 만약 B여자가 그것을 듣고 마음에 들어 하면, 그 때 B여자의 아버지와 남자형제가 A남자의 집에 가게 된다. 그렇게 둘의 만남이 허락이 되고 A와 B가 만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없어진 약혼식이 사우디에는 오히려 흔하다. 연애를 하다가 결혼까지 하고 싶어지면 정말로 약혼을 하고 그 다음 결혼을 한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연애와 결혼의 형태가 이혼률을 낮추는 데에 더 낫지 않을까.


사우디식 연애와 결혼은 10년간 연애하다가 이별하여 맞게 되는 아픔을 만들지도 않고 또 오피스 와이프나 바람난 아내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나오지 않게 하니 오히려 건강한 남녀의 사랑을 만든다.


발렌타인 데이 날, A군은 내 손이 머쓱할 만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누룽지 과자를 건네 받았고, B군은 "해피 발렌타인!" 이라 화답했다.  두 모습을 이제는 모두 오해나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시야가 생겼다. 우월을 말하기 보다는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문화를 가진 민족성을 들여다 볼 때 새로운 재미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사우디 남자랑 결혼하지 그랬냐고 말한다면, 워워, 그러지 마시라. 소파에서 같이 야구 집관 하는 여기 한국인 반려인이 내게는 더없이 소중하노라고 고백하겠다.


그림 by ourboyand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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