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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Aug 21. 2023

스마트폰 하루에 6시간 넘게 보시나요?

하루는 24시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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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스마트폰 중독자가 아니오!' 




대학교 3학년 때 HTC 라는 대만 휴대폰을 시작으로 나의 스마트폰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연락'을 위한 수단이었던 휴대폰이 점점 스마트해지더니 이제는 ChatGPT라는 기능이 나와 대학리포트까지 써준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막강해지면서 나는 점점 스마트폰에 중독, 아니 의존하는 삶이 될까봐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질까 봐, 또 아무 재미도 없어질까 봐 그게 참 무서워진다.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외식을 하고 집에 들어와 거실에서 쉬고 있었다. 나는 5살 조카와 같이 놀아주려고 집에서 물감과 붓을 챙겨 왔다. 벽걸이 달력의 지난 페이지 한 장을 뜯어서 그 뒷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조카가 꽃도 나비도 모두 노란색으로 칠하길래 노란색만 좋아한다며 조카와 나는 깔깔 웃으며 장난을 쳤다. 그러는 중에 아빠가 말했다.


"할아버지가 이다음에, 초등학교 들어가면 스마트폰 사줄게~"


대학교 들어가면 노트북 사주겠다는 말과 비슷한 투의  애정을 담은 말이라는 걸 분명히 알지만 나는 왠지 오싹했다.  내가 스무 살이 넘어서 알게 된 스마트폰을 우리 조카는 초등학교 때 알고 쓰게 된다면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삶에 너무 빨리 진입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이렇게 물감을 가지고 놀면서 살을 부대낄 수 있는데 초등학생이 되어 스마트폰이 생기면 나는 안중에도 없을 것 같다. 어른들도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제어가 안되고 사람들끼리 만나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세상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나 자신이라도 의식적으로 컨트롤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도한 2가지 나만의 스마트폰 사용 룰이 있다.

1. '디지털 웰빙'이라는 어플을 설치해 휴대폰 바탕화면 위젯으로 깔아 두고 종종 체크한다.

한 주 동안 스마트폰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앱에 따라 혹은 앱 분류에 따라서도 누적 사용시간을 통계 내주는 어플이다. 지난주는 휴일이 껴 있어서 많이 썼구나 하는 싶기도 하고 '브런치'어플 사용이라면 괜찮다고 스스로 토닥인다.  


2. 찾기 어려운 곳에 설치해 둔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자주 켜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찾기 쉽지 않은' 위치에 두었다. 바탕화면에 두고 원클릭으로 켤 수 있게 하는 것보다 두세 번 손가락 터치를 해서 폴더 안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인스타그램을 거의 맨날 켜기는 하지만 그나마 인스타그램을 켜기까지 겹겹이 장벽이 있기 때문에 가끔 2-3일 만에 켜기도 한다.  


이 두 가지 작은 습관을 세팅해 두니 그나마도 스마트폰 덜 보는 삶이 가능해진다.


오늘은 오후 반차였는데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서 한 북카페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충전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노트와 만년필을 꺼내어 무슨 글을 써 볼까 생각나는 대로 끄적이기도 하고 화분에 담긴 보라색꽃을 한참 들여다보거나 천천히 시원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컵에 적힌 문구를 자세히 보기도 했다.

'벽에 기댄 화분에게도 그림자가 생기는 날처럼'

또 다이어리에 있는 달력을 찬찬히 보면서 이번 한 주에 중요한 것이 있나 생각해보기도 하고 가방에 든 책을 꺼내 몇 페이지 가량을 읽었다. 스마트폰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고 스마트폰 없이 삶의 재미요소나 감동 포인트들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도 내 머리로 무언가를 진득하게 생각,  사유할 수 있다는 점이 'No 스마트폰 모드'에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스마트폰 없으면 'No잼'이 아니라 'No 스마트폰'이어도 'Yes잼'이 가능하다.


물론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된다면,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늦게 알거나 한낮에 소나기에 놀라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또 포착해야 하는 순간에 사진이나 영상을 못 찍어 아쉬워하는 일도 생긴다. 스마트폰의 순기능만을 활용한다면 더없이 유용한 아이템이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우리 조카가 스마트폰을 늦게 가졌으면 한다. 아참, SNOW 어플로 턱수염 필터를 써서 사진 찍는 놀이도 재밌어하는구나. 그거는 고모가 오래오래 해 줄게, 스마트폰보다는 고모랑 알콩달콩 소꿉친구하며 지내는 시간이 더 길었으면 또 그 시간을 기억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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