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경력직의 진급 누락은 억울하다

올해는 진급 좀 시켜 주세효

by 아코더


이직으로 인한 자동 진급 누락

작년에 이직을 할 때 입사 전에 연차를 적어 내라고 한적이 있었다. 8년차인 나는 전 직장에서 3년만근에 대리 진급을 하였기에 대리 : 5년차 라고 적어냈다. 전 회사에서는 3년 만근에 대리였는데, 이 회사에서는 4년 만근에 대리 진급을 하므로(원래는 3년 만근 이었는데 얼마전에 바뀌었다고 한다.) 토탈 8년차인 나는 대리 4년 차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열 받는 일이지만 다들 그렇게 온다는 인사팀 직원의 말에 ‘아, 그런가 보다.’ 하고 어물쩡 들어왔다. 결국 나와 같이 경력직으로 입사한 8년 차의 대리들은 모두 대리 4년차가 되어 나처럼 자동 진급 누락을 받긴 했다. 그리하여 그다음 해에 진급을 했냐고? 모두 진급을 하지 못했다. 계속 쓰다 보면 애사심이 떨어질 것 같으니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하겠지만, 대리 진급 연차가 3년에서 4년으로 바뀌어서 그런 것이라 하니 뭐 어쩌겠는가?



직원 승진 발표 당일

대개의 진급 대상자들은 연차를 내거나 발표가 있을 오후 4~5시 전에 ‘안 보련다~’ 하는 마음으로 오후 반차를 냈는데, 나는 진급이 되지 않더라도 그 사실과 분위기를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서 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가는 글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2020년 직원 승진 인사발령’ 이라는 제목의 진급자 발표였다. 전 직장에서는 진급자 발표날에 공지사항에 글과 함께 첨부 pdf 파일이 게재 되었다. pdf 파일에는 직급별로 진급자 각각의 이름이 궁서체로 쓰여있어 이를 사진으로 찍어서 여기저기 카톡으로 보냈다. 이직을 하고 현 직장이 전 직장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부서명이 같이 명시된다는 점, 첨부파일이 아니라 게시글 안에 직급과 성명이 포함된다는 점 정도가 되겠다.

Ctrl+F로 내 이름을 검색하여 명단에 이름이 없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으면서도 자꾸만 스크롤 질을 하는 오후 2시였다. 12월 27일 연말 공동 연차로 많은 직원들이 자리에 없었는데, 그중 마음 착한 여자 과장님 한분이 커피를 사주셨다. 그것도 달달한 거 먹으라며 카페 모카로. 과장님은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해주고, 나의 이야기도 들어주며 나를 위로해 주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그 과장님은 사람 됨됨이 좋은 과장님이다. (물론 퇴사하셨지만;)


그러고 보니 재미난 사실은 나보다 1년 후배들이 많이 진급을 했다는 것이다. (경력직인 주제에 후배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사회생활을 1년 빨리 시작한 것은 사실이니 그렇다고 해두자.) 물론 입사한 지 얼마 안되었기에 이렇다할 퍼포먼스를 보이기에는 짧은 6개월 이었지만, 이렇게 '진급 누락러'가 된 이상 진급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해 볼 수밖에 없었다. 진급 발표 당일에는 잘 몰랐지만, 몇일, 몇달 후 진급했다는 1년 후배들은 대개 대학원을 다녀왔다 거나, 해외 현장을 가서 고생을 하고 왔다 거나 하는 등의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학원은 1년을 인정해 주니 그렇다 치자. 해외 현장은 현장 수당이 있기에 이미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음에도 이를 또 높이 평가해 준다 하니 회사 방침을 이해는 해야 하겠지만 섭섭하지 않을 수 없는 터였다. 그럼 프로젝트 잘못 만나(?) 해외 현장 한번 나가지 못한 자들은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다소 예상은 했지만 '아! 힘 빠진다.' 했던 그 날 3시.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 물이기에 그냥 받아들여야 했고, 그 길로 나는 2시간차를 썼던가 어쨌는가 하고는 회사 밖으로 나왔다.


올해는 진급 좀 시켜 주세효

억울하다고 이렇게 시부린다 한들 회사에서 이 글을 보고 '그래, 너의 노고를 치하 하여 올해는 진급을 시켜주겠다' 라고 할리는 없겠지만, 억울한 경력직의 마음과 올해는 꼭 진급을 했으면 좋겠다 라는 염원을 담아 보았어요. 다음달 말이면 2021년 직원 정기 승진 발표가 날텐데 과연 나는 올해 과장 진급을 할 수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퇴사 전 술맛 이직 후 밥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