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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Nov 11. 2020

퇴근 후 서점에서 내 이름을 검색했다

책쓰고 싶은 직장인의 욕망

5시 30분.


칼퇴근 하기에는 민망하니 2분 정도 후 가방과 겉옷을 들고 살금살금 퇴근했다. 보통 금요일 퇴근 후 서점에 들르는데 오늘은 컨디션도 괜찮았고 마침 따릉이도 여유 있게 있었기에 깨끗해 보이는 뉴따릉이를 하나 잡고 신나게 광화문까지 내달렸다.



교보문고 디퓨저가 좋아서 (다시 말하면 교보문고에서 나는 냄새가 좋아서) 광화문 교보문고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  컨디션 좋은 금요일 오후에 서점을 올 때면 마음에 드는 책을 한 쪽 구석 의자에 앉아 꼭 읽어보는 데 오늘은 그냥 섰다가 쭈그려 앉았다가를 반복하며 여기저기 이 책 저 책 들었다 놨다 살펴 보기만 했다.


책 등을 살펴보며 흥미를 끌만한 책 제목은 어떤것인지, 손에 잡았을 때 두께나 가로 세로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 책 겉표지를 만졌을 때의 질감, 가격은 얼마 정도로 책정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또 내부에 글씨 크기와 여백이 어느 정도 인지를 살펴 보았고 목차의 구성은 몇 꼭지로 크게 되어 있는지 등을 훑어 봤다. 마음에 드는 책은 출판사 이메일을 노션에 기록했다. 그런데 재밌게도 마음에 드는 끌리는 책들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더라. 그리고 '임프린트' 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대형출판사의 서브 출판사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책 제목을 살펴 보니 자기계발/에세이 서가에는 괜찮아 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책들이 많이 있었고 ~하는 너에게, 하마터면~, ~의 기쁨과 슬쁨 등의 책들이 눈에 띄었다. 요즘 제목의 트렌드 일까.


한권의 책을 1분 정도 보고 느낌이 좋았던 책들을 기록했다.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B급 며느리 

늦었지만 고생 좀 하겠습니다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 

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예술하는 습관 


등등.



그렇게 한 40분 가량을 책의 외형과 내부를 꼼꼼히 살피는 짓을 했을까.


이 후 관심있는 키워드를 짧은 단어로 검색했다. 이를 테면 기록, 교육, 일기, 작가, 취향, 기술사 이런 것들 이었다. 그러면서 마음에 드는 책 몇 권을 찾아 나중에 읽을  책 리스트를 노션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이름으로 검색하면 몇 권의 책이 나올까 하는 쓸데 없는 의문이 들었다.



나와 동명이인인 번역가님의 책 외에 동명이인인 작가가 쓴 책들은 품절, 절판, 재고없음 이었다. 단 한권도 나와 동명이인인 작가의 책이 없었다.

괜시리 심장이 뛰었다. 나와 동명이인이 쓴 책이 없으니 나중에 내가 책을 낸다면 내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나만 나오는 것 아닐까? 마음이 바빠졌고 시계가 빨리 가기 시작했다. 마음깊은 곳에서 쓰고 싶다는 욕망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아, 빨리 집에 가서 깜빡이는 커서를 두들겨 때려 잡아야겠다.'하고 서점을 나섰다.



자기계발 화제의 책을 사진으로 남겼다.

<내 인생의 첫 책 쓰기>를 쓴 김우태 작가님은 책을 쓸 때 처음에 베스트셀러가 될 목표가 아니라 책을 낸다는 목표로 목표를 작게 잡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하며 기왕이면 100보다는 101을 목표로 할 걸 한다고 한다.



자기계발 화제의 책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며 오만가지 상상을 해봤다.

서점에 '벽면'이 아닌 '평대'에 내 책이 오르는 상상. (출판사에서 힘을 더 써줘야겠지만)


그리고



도서관에 내 책이 꽂혀있는 것을 보며 흐뭇해 하는 상상.



이런 상상은 더 기쁘겠다.

엘리베이터를 놓칠뻔한 50대 후반 아저씨가 내 책을 읽고 집에 가서 아저씨의 감사일기에 <엘리베이터를 놓칠뻔 했는데 놓치지 않아서 감사하다.>를 쓰며 기쁨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내 책의 기대효과를 상상...


상상한다고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니까.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직장인은 오늘도 예술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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