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규칙적으로 모닝커피를 마신다. 페이 어플이 깔려있는 핸드폰과 카페 적립 쿠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야무지게 찔러 넣고 스탠리 텀블러를 손에 쥔 채 커피를 사러 나간다. 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서 자리에 온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다이어리에 정리하는 사이 옆자리 남자 직원 넷이 밖으로 나간다. 보아하니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가 보다. 저들은 루틴하게 40분 정도 나갔다 들어온다. 하... 나도 그랬지. 나도 모닝메이트인 동기와 어제는 어떤 유튜브를 봤다는 둥 추천 맛집과 책 또는 블로그를 이야기하며 취향을 공유하며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었다. 그때는 그 소소한 시간이 행복인 줄 몰랐다. 그저 아침 8시인데도 "아휴, 퇴근 하고 싶다. 회사 오자 마자 집에 가고 싶지 않냐?" 라는 수다만 떨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수다할 친구도 없다.
밥만 잘 먹더라.죽는 것도 아니더라.
오전 11시 30분. 점심시간이다.
처음 몇일은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웠다. 점심시간에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식당을 찾아 걸어가다 울컥했다. 혼자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 갔다. 칼국수도 혼자 먹고, 햄버거도 혼자 먹고, 떡볶이랑 튀김도 혼자 먹으러 갔다. 둘이 먹었으면 순대도 시켰을 텐데...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전 직장 내 동기들은 종종 '너 아직도 밥 혼자 먹어?' 라고 묻기도 했다. 혼자 밥먹으러 가는것이 익숙해 졌다. 때로는 혼자가 편했다. 워낙 무리 지어 점심을 먹다 혼자 먹으려 하니 어색했지만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금세 혼자 다니는 것에 익숙해져서 을지로 맛집을 찾아 여기저기 나돌아 다녔다. 인사동 까지 걸어가기도 하고 답답한 날에는 서울시민의 발, 따릉이를 타고 광화문까지 내달리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새로운 프로젝트로 발령 받아 본사에서 TFT(Task Force Team)로 이동했다.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주저리주저리 내 소개를 한다. 어색한 시간들을 마주한다. 이직러의 적응력을 발휘할 때다.
TFT에는 나와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우리팀 인원이 30명이 넘었다. (정확히는 43명) 오며가며 인사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누군지 알지 못한 채 나에게 인사를 걸어주는 사람들에게 나도 인사를 했다. 서무 직원에게 부탁해 자리배치도를 얻어냈다. 자리에 앉은 사람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직급을 매치하며 사람들을 익혔다. 어디 보자....
창가 쪽에 앉은 최소 과장으로 보이는 노안의 아저씨는 신입사원이었다. (충격이었다.) 1시간에 1번씩은 담배를 피러가는 소수 무리의 과장 대리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1명의 여자 직원이 있어서 반가웠다.
전 직장에서는 유부녀언니들이 많아 시시콜콜하면서도 알찬 정보가 가득한 유부 토크가 가능했는데, 1명 있는 여자직원은 이제 막 1년차 신입사원이라 어려웠다. 그래도 넓은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고 산보도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쌓은 사람들만큼의 찐 우정을 쌓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도 쉽지 않고 앞으로도 쉽지 않겠지.
경력직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을 잃는 것.
고독하다.
혼자 산책하고, 혼자 점심을 먹고, 혼자 커피 마시러 간다. 이제는 혼자가 많이 익숙해 지긴 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경력직 살이 이다.
이직은 너의 선택, 감수해야지.
이직을 하기전, 내가 전 직장에서 공채 였을 때에는 그랬다. '이직한건 너님 선택이고 네 팔자 아닌가.'라고 못되게 생각했다.
막상 이직해 보니 그게 아니다. 한명이라도 친근하게 말 걸어주는 사람이 소중하다. 주위에 경력직 사람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