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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못 가지만 '재택근무'는 하고 싶어

코로나 없다 치고 하나만 골라 봅시다

by 아코더



집 밖에 나가고 싶어

돌아와요 스벅 테이블

집 밖은 위험하다며 나가지 말라 하니 더 나가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로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카페에 테이블이 사라지고 서점에도 의자가 없고 그나마 있는 의자들에는 죄다 앉지 말라고 표딱지가 붙어 있다. 한 마디로 집에 가라는 얘기. 도저히 앉지를 못하고 커피를 테이크 아웃한 텀블러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허리가 아파서 집에 돌아왔다.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힘내서 콕 하고 있으라는 의미인지 온라인 전용 지역 화폐인 '힘콕 상품권'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원래도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침대 위에서 귤 까먹는 집콕족이었지만 더 집콕 생활이 심해진다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노릇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일일 1000명을 훌쩍 넘어서며 3단계로 격상될 수도 있다는 뉴스가 연이어 들려온다. 3단계면 전체 셧다운? 뉴스 기사를 보며 자꾸만 삐뚤어지는 걸 보니 '코로나 블루' 일까.




재택근무가 좋더라

얼마 전 본사에 있으면서 재택근무를 하다가 지금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재택근무 대상자에서 제외되었다. 단 며칠 동안 이른바 '하루 걸러 하루 재택근무'인 '퐁당퐁당 재택근무'를 해 보니 재택근무가 참 좋더라.

다큐멘터리 호모언택트 중에서

<호모 언택트>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보기만 한 재택근무를 직접 해보니

'재택근무 참 좋은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아마도 재택근무 해 본 분들이라면 이 말의 뜻을 아시리라. (좀 더 리얼하게 이야기하면 날라리 루팡 직원 같아 보일까 봐 이 정도로만.)




로그인하면 출근. 컴퓨터 끄면 퇴근.

출근과 퇴근이 단 10초도 안 걸리다니, 이 얼마나 혁신인가.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면 정확히 7시 42분에 회사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는다. 한마디로 도어 투 도어 42분.

그러나 재택근무를 한다면? 회사 포털 사이트에 로그인하면 출근이요. 노트북을 끄면 퇴근이로다. 컴퓨터를 켜놓고 있으면 정시 퇴근인지 야근 중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해외 엔지니어들과 언택트 회의

코로나로 인해 회의 환경도 바뀌었다. 해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요즘, 해외출장길은 막혔다. 헤드셋을 끼고 MS TEAMS으로 화상 회의를 한다.

회의 쉬는 시간에 찍은 사진

4년 전, 마드리드에서 회의를 자주 하던 프로젝트를 했을 때는 유럽행 해외출장이 내심 신났다. 하지만 외국인 아재들과 영어로 오고 가는 시간 속에 푹 절여져 있어야 하니 같은 시간 동안 회의를 해도 파김치가 되어 나온다.

비대면 회의를 하면 좋은 점이 더 많다. 이동 시간도 줄여주고 쓸데없는 회의 시간 낭비를 많이 줄여준다. 불필요한 토크를 생략하고 서로 할 얘기가 끝나면 회의를 종료하니까. 국내 회의도 마찬가지다. 달덩이 같은 얼굴을 맞대고 하는 화상 회의는 왠지 서로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짧다. 회의실로 왔다 갔다 이동할 필요도 없다. 내 자리에서 자료도 바로바로 찾을 수 있으니 얼마나 꿀인가.




작년에 스위스 안 갔으면 어쩔 뻔했어

코로나가 작년 추석 즈음부터 시작되었을까. 그로부터 몇 개월 전이었던 작년 6월, 전 직장 퇴사 직후 스위스로 여행을 떠났다. 생각해 보면 여행이 작년이었는데도 집 밖을 너무 못 나가서인지 아주 오래된 것 같다. 그때 스위스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아쉬워했을 거다. 매년 1회 이상은 해외여행을 갔는데 벌써 비행기를 못 탄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스위스 갔다 오길 참 다행이야. 비행기 표 끊어 둔 나 자신 칭찬한다. 정말 신의 한 수. 내 평생 다시 한번 알프스 산맥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날이 오려나. 언제쯤이면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까.




해외여행도 가고 재택근무도 하고 싶어

코로나 없다 치고 하나만 골라 봅시다.



해외여행을 못 가면서 재택근무 할래?
vs
해외여행 가면서 재택근무 안 할래?


굳이 고르자면 재택근무는 못 하더라도 해외여행은 가고 싶다. 출퇴근하는 시간 버려도 괜찮아요. 비대면 회의 안 해도 괜찮아요. 긴긴 회의 해도 괜찮다구요. 재택근무 안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안 가니 삶의 낙이 사라졌다. 휴가 계획을 잡고 출국 날짜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살아갔다. (출근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실낱같은 한 줄기 희망이랄까.) 돌아와서는 여행사진들을 보며 추억을 곱씹는 것이 직장인 인생의 낙이었다. 이 두 문장이 과거형이 되었다니 비통하도다.

더 좋은 것은 이번 기회로 재택근무의 효용성이 널리 전파되어(그럴리는 없겠지만)사회적으로 정착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코로나 종식 후 해외여행도 가면서 재택근무도 하면 천년만년 회사 다닐텐데.



내일도 발빠짐 주의

쩝. 그냥 한번, 상상이나 해 본다.

어차피 내일도 모레도 지하철에 몸을 싣고 파워 출근해야 되는 철없는 직장인이었습니다.




해외여행도 가고 재택근무도 하고 싶어효
(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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