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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코더 Dec 19. 2020

브런치 작가 댁에 식기세척기 도입이 시급합니다

브런치 작가로 살아가는 30대 여성 직장인의 '현실적인' 고민


손가락이 살아 있는 브런치 작가


'작가의 서랍' 안에는 아직도 '발행'을 기다리고 있는 글이 가득하다. 직장인으로서의 삶과 브런치 작가로서의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양질의 글을 써내면서 회사 업무에도 충실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피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욕심일까?


글을 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야 쓸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다. 자투리 시간에 틈날 때마다 한자라도 더 써야 브런치 글을 완성할 수 있을까 말까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출근길에 지하철 역에서 회사까지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으로 쓰느라 손가락 끝이 잘려 나갈 거 같지만 그래도 쓰는 거다.




글 쓰는 최적의 시간, 콰이어트 타임


출근해서 아침 7시 50분에 자리에 앉아 8시가 되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스티커 메모에 생각나는 대로 쓴다. 콩나물시루처럼 50명이 한 공간 안에 모여 앉아 있는 사무실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만 들린다. 손가락이 살아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나에게 '아휴~ 입만 살아가지고!'라고 하셨다. 입이 살아야 말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손가락이 살아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

조용한 아침에 타자 소리는 오로지 나뿐이다. 마치 목숨 걸고 싸우는 투사처럼 키보드를 때린다. 다른 동료들이 경쟁상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 혼자만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듯한 안도감과 뿌듯함은 덤이다. 8시부터는 메모를 끄고 업무에 집중해야 하므로 내 머릿속을 비틀어 글을 짜낸다.




브런치 글쓰기 스몰 스탭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라는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든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해야 한다.



1.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브런치 사이트 바로가기를 만들었다.

2. 상태 표시줄에 두어 원클릭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3. <로그인 상태 유지>를 눌러서 브런치로 한방에 로그인!  


스티커 메모에 글을 어느 정도 쓴 다음 내용을 긁어다가 붙여 넣으면 끝이다.

짧은 단 몇 분 사이에도 생각보다 많은 생각을 글로 펼칠 수 있다.

4단계로 나누어 볼까.


1. 스티커 메모에 쓴 글을 긁어 Ctrl+X로 잘라내기를 한다

2. 브런치 아이콘을 누른다.

3. 글쓰기 버튼을 누른다.

4. Ctrl+V 를 눌러 메모를 붙여 넣는다.




퇴근 후 집에 와서 글쓰기



브런치에 글도 쓰고 업무도 하면
도대체 집안일은 언제 하나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직장인이 글쓰기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일만 있으랴. 퇴근 후 집에 오면 산더미로 쌓여있는 설거지 그릇들이 어서 고무장갑을 끼고 이리로 와달라고 손짓한다. 세탁물이 쌓여 토하고 있는 세탁기는 이리로 와 '동작' 버튼을 눌러달라고 외친다.

5분이면 끝날 수 있는 집안일인데 애써 외면한다. 한번 시작한 집안일이란 끝이 없다. 퇴근 후 남아 있는 에너지를 아껴서 한자라도 더 쓰고 싶다. 미안하지만 글쓰기에 에너지를 먼저 두고 집안일은 그다음이다. 글이 잘 안 써지거나 존엄한 인간의 집으로써의 우리 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그때는 집안을 가꾼다.

내 글을 읽는 친구들이 '너 참 부지런하다.'라고 한다. 나름의 잔머리를 굴려 만들어 둔 세팅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브런치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마치 KINFOLK 잡지 같다. 깔끔하면서 아늑한데 세련되기까지 하다. 광고는 당연히 없다. 호흡이 긴 글을 담는 플랫폼인 '브런치'를 한 지 100일이 되어간다. 흰 바탕에 '본고딕'체로 써 내려가는 브런치 글, 브런치 작가는 오늘도 좋아서 글을 쓴다.




그나저나,

주말에 식기세척기를 알아봐야겠다.

브런치 작가의 집에는 식기세척기 도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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