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의 몸으로 달린 느낌!
안녕하세요, 브런치에는 오랫만에 글을 올리네요.
2023년에 2024년을 생각하며 신청한 첫 대회는 동아마라톤이였습니다. 운이 좋게 한국에 방문하는 일정과 맞있죠. 대회 준비를 특별히 따로 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2022년 제마 이후 오랫만의 마라톤이기에 2023년 여름부터 2024년 봄까지 꾸준하게 달리기를 이어가도록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작년 가을에 무릎 부상을 크게 입으면서, 10월 중순부터 연말까지는 거의 아예 달리지 못했습니다. 동아마라톤을 위한 준비는 새해가 시작하는 날 부터 제대로 할 수 있었죠.
이렇게 약 2달 반 준비 끝에 달린
1. 2024 동아마라톤 결과
2. 준비과정
3. 왜 베어풋 슈즈를 신고 완주했는지
4. 배운 점
을 정리해서 공유드립니다.
내용이 길지만, 달리기 대회 준비, 그리고 달리기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실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겁니다.
먼저, 부상 없이 잘 완주한 것이 감사합니다. 시간은 2시간 56분 21초가 나왔어요. 2022년 JTBC 마라톤에서 2시간 55분 21초에 완주를 했으니, 딱 1분이 느렸네요. 사실, 준비과정에서는 2:49도 무리없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2:49"라는 숫자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는 아래 준비과정과 배운 점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기록 외에, 정말 추억이 많이 남는 대회였습니다. 대회 전날 카톡에서 서로 '대회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사를 나눴던 주원 작가님(달려라주원 유튜브 운영하시는)을 우연히 만나 정말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웜업을 같이 했어요. 그리고 울프님(평생멤버, 사진작가, 프리다이버)과는 주로에서 자주 마주치며, 서로를 응원했지요. 더 나아가 상민님(어드밴스 2기)이 짐 보관 및 급수를 도와주신 덕분에 더욱 부담없이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상민님,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해요!)
또한, 거리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응원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본 거 같아요. 물론 일본이나 미국의 큰 대회들에 비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니지만, 2022 제마와 비교했을 때, 그리고 예전에 저도 응원을 나갔을 때랑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였습니다. 마라톤, 달리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사실 저는 아스팔트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 울퉁불퉁하고 오르막이 있는 흙길이 있는 산을 달리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트레일 러닝 대회들은 20회 넘게 나갔지만, 풀마라톤은 2022년에 처음 나간 것이고, 올해 동마가 두번째 풀마라톤이에요. 그런데 이번 동마를 달리면서, 마라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 것 같습니다.
-나에게 익숙한 도시를 자동차 걱정없이 달릴 수 있는 점
-나와 같이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로를 함께 달릴 수 있는 점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달릴 수 있다는 점
-약 3시간 정도를 급수 걱정 없이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점 (이번에는 상민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 외에도 주로에 급수대가 있으니까요)
-대회 전후, 반가운 러너들을 만날 수 있는 점
아무래도 앞으로 1년에 한번은 마라톤을 달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유산소 기반
2024년 1월 1일부터, 유산소 기반을 다시 다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5시간 달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회 2주 전까지 10~12시간 까지 차근 차근 올렸습니다. 연초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지역에 비가 자주 왔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부분의 달리기는 실내 러닝머신/트레드밀 위에서 했어요. 경사는 최소 3~5로 두고, 속도는 그날 그날 코로만 호흡해도 편한 속도에 맞춰서 정했는데, 컨디션과 경사에 따라 6~8분/km 사이에서 달렸습니다.
상승고도
동마 후, 제주트레일러닝 100km도 신청을 해둔 상황이기에 상승고도는 주당 약 2,000미터 부터 시작해서, 동마 3주전까지 4,300미터 까지 끌어 올렸고, 그 후에는 상승고도를 신경쓰지 않았어요.
스피드 및 대회 페이스 점검 훈련
지금 내 스피드 수준은 어느 정도 되는지. 어느 정도의 속도를 약 3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을지 점검을 하기 위해 2가지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 스피드 체크를 위한 인터벌 훈련: 1,200m x 8 @ 3:20/km (총 4분 안에 달리고 90초 휴식 반복) (2/20/2024)
트랙 3바퀴를 3분 20초 페이스로 달리고, 90초 걷기 휴식을 8번 진행했어요. 이 훈련을 하면서, 확실히 유산소 기반을 다지는 것이 더 높은 속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인터벌 훈련2023년의 훈련 일지를 뒤져보니, 우연히 거의 딱 1년전, 2/28/2023에 1.2km 인터벌을 진행했더라고요. 그때는 총 7번 달렸었고, 1.2km 마다 약 4분 30초 걸렸습니다. 올해는 1회 더 진행할 수 있었고, 30초가 빨라진 것이죠.
✅ 대회 페이스 체크를 위한 지속주: 20km @ 3:45/km (3/9/2024)
20km를 3:45 페이스로 달리는게 약간 무리이면서도, 실험해 볼만한 지점이라고 생각하고 시도했습니다.
첫 10km는 거의 3:45/km를 유지하다가, 6km부터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10.8km에서 멈췄어요. 8분 정도 걸으며 휴식 시간을 갖고, 구 에너지 젤을 섭취 한 후 나머지 10km는 4:00/km 페이스 목표(40분)로 달렸는데 4:00은 너무 쉬워서 38분 36초 안에 들어왔습니다.
멈추지 않고 달리며 목표 페이스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내 몸에게 주고 싶었던 자극은 줄 수 있었기에 만족한 날이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달려보니, 4:00/km 페이스는 몸에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4:00 페이스로 마라톤을 완주하면 대략 2시간 49분이니, "2:49" 정도는 대회 날에 무리 없이 가능하겠다 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하지만 왜 2:49를 못하고 오히려 2022년 제마때보다 느려졌을까요? 그건 4. 배운 점에서 들어가 볼게요
사실, 2024 동마는 맨발로 완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맨발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비보베어풋이라는 브랜드를 2023년 연말에 알게 되면서, 맨발의 느낌과 기분 좋은 자극을 주면서도 발을 보호해주는 Primus Lite III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동마때는 비보베어풋을 신고,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은 충분히 맨발로 훈련을 이어간 후 해도 늦지 않으니 무리하지 말기로 했죠.
저는 왜 맨발로, 또 베어풋 슈즈를 신고 마라톤 완주를 하고 싶었을까요?
우리 두 발은 어떠한 신발도 대체할 수 없는 기능들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두 발에는 뼈가 총 52개나 되며, 이는 몸 전체 뼈의 약 25%에 해당해요. 뼈와 뼈 사이는 관절이 있고, 인대와 근육들이 관절과 뼈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발은 우리 몸의 체중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걷기, 뛰기, 또는 서 있는 동안 체중을 분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발의 구조는 걸을 때나 뛸 때 필요한 추진력과 반발력을 제공하여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죠. 또한 발의 아치 구조는 충격 흡수 기능을 하여 걷거나 뛰는 동안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시키고, 이는 무릎이나 허리 등 다른 신체 부위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줍니다.
발이 지닌 이러한 특성은 어떤 신발로도 완전히 대체될 수 없습니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발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구조적, 기능적 특성들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죠.
하지만 어느새 부턴가 러너들은 두 발을 무시하고, 돈으로 살 수 있는 '좋은 신발'들에만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발의 구조, 기능을 돌보고 향상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더 '좋다는' 신발들의 기능만을 좇고 있죠. '좋다는 신발'들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신발들에 쓰는 공력의 50%라도, 우리 두 발에 쓰면 훨씬 더 건강하고 즐겁게 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베어풋 슈즈를 신고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이 큰 파장은 아니어도, 단 1명이라도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두 발의 중요성, 그 잠재력을 생각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완주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마라톤은 베어풋 슈즈, 또는 맨발로 완주하고 싶어요. 더 많은 러너들이 자신의 두 발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발달시키면 좋겠습니다.
2024 동마에서 신은 Vivobarefoot의 Primus Lite III 신발입니다. 제가 정말 애정하는 신발로, 일상에서도 좋고, 달릴 때도 참 좋습니다. 비보베어풋은 최근에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공식 런칭했는데요. 저는 비보베어풋의 한국에서의 브랜딩을 도와주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10% 할인 코드를 받았기에 관심있는 분들은 사용하시라고 공유드립니다: oW2H1L4ONK
*알림: 제 할인 코드를 통해 구매하시면 제가 소정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비보베어풋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는 www.vivobarefoot.kr 입니다.
사이즈 관련해서 저는 현재 Men’s 41-25.9cm, 42-26.6cm 두가지 사이즈를 신고 있습니다 (41은 거의 딱 맞고, 42는 넉넉합니다). 현재 신고 있는 타 브랜드 제품 및 사이즈는 이렇습니다: 호카 스피드 고트 5(275), 올버즈 러닝화(270), 아식스 메타레이서(280)
저는 다른 브랜드의 제품들은 발볼이 좁다 보니 더욱 크게 신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보 제품이 발볼이 넓고 발의 모양을 닮아서, 사이즈를 줄여도 발의 공간이 많이 확보되더라고요. 아무쪼록 관심있는 분들은 할인 받으시고 제품을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Primus Lite III 제품을 추천드립니다.
(베어풋 슈즈를 신고 달린 적이 없다면, 일상에서 걷는 것부터 시작하고 평소 달리는 양의 30~40% 정도를 더욱 천천히 달리면서 발이 발달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상을 당할 수 있어요)
대회를 달리고 나면 항상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아, 그 훈련을 하는게 아니였는데. 아, 이런 부분이 부족했구나' 하며, 덜어내거나, 더했으면 하는 것들이 보이죠. 이번 동마 때는 이런 부분들을 덜어내고, 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수를 받아 마셨는데, 배가 살짝 아파오더니, 통증이 꽤 오래 갔습니다. 두번째 급수 지점에서는 상민님께 '괜찮아요!'하고 받지 않고 지나가고, 계속 물을 조금씩 마시니 나아지긴 했었어요. 너무 진하게 타지 않았다면, 더욱 편하게 달릴 수 있었을거에요.
그런데도 이번 동마때는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대회 당일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여유를 부렸고, 대회에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그 결과 충분히 웜업을 하지 못하고, 급한 마음으로 출발했죠. 조금이나마 더 여유있게 대회장에 도착하고, 웜업하고, 그날의 페이스를 잘 설정했다면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마지막 10km가 조금은 덜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요.
첫 5km는 3:48로 시작하더니, 3:54, 3:58, 3:59, 4:01, 4:06, 4:10으로 줄어듭니다. 이건 평균 페이스여서, 1km 마다 느려진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1km당 페이스는 나중에 4:30까지 줄어들었네요).
'대회 날 오버페이스 조심하세요!' 제가 대회 나가시는 분들께 항상 하는 조언인데요. 이걸 제가 지키지 못했네요. 가장 큰 이유는, 오랫만에 서울을 달리는 '즐거움'이었어요. 수천명의 러너들과 함께 시작하면서, 서울 도심을 달리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 결과, 무리없이 느껴지는 속도로 달렸던 거죠.
애초에 명확하게 어떤 페이스로 달릴 지 정하지 않은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2:49" 정도는 무리가 없겠구나 생각만하고, 4:00 보다 빨리 달리는 것도 괜찮으면 해보자는 생각으로 나간게 문제였죠.
동마를 달리면서 마라톤에서도 GPS 시계가 있으면 더욱 편하게 목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버페이스로 치고 나가다가, 3:55, 4:00으로 달리는 그룹들에게 추월당하면서 보니 그들은 GPS 시계를 쳐다보며 계속 페이스를 정확하게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2023년 10월 이전에도 계속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달리기를 해왔던 것이 큰 도움을 준건 확실합니다. 대회 전 '70일' 동안 준비를 한 것도 맞지만, 어떻게 보면 대회전 달려온 모든 시간들이 내 몸과 마음에 남아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길게 뉴스레터를 쓴 건 오랜만이네요. 앞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자세하게 써보았습니다.
오늘의 뉴스레터 내용은 마라톤 대회이지만, 대회에 나가는 것은 달리기의 큰 부분 중 아주 작은 일부일 뿐입니다. 대회는 축제이자 이벤트 같이 강력한 임팩트를 주지만, 제게는 그 어떠한 대회보다 달리는 일상이 더욱 소중합니다. 일상에서 꾸준한 달리는 시간속에서 저는 저를 더 알아가고, 더 성장하는 것을 느끼게 때문이죠.
가끔 풀마라톤을 달려야 러너라고 인정받는 것 같고, 어느 정도 기록을 만들어야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계속 기록에 메달리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따라가기 보다는, 내가 왜 달리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하고, 나만의 달리기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달려가다 보면 끝이 없습니다. 풀코스 다음엔 50km, 그 다음은 100km, 그 다음은 100mile, 그 다음은 200mile… 사막도 가야되고, 남극도 가야되고, 킬리안 처럼 히말라야도 달려 올라가야 되고... 남들이 인정해준다고 해서 무작정 완주, 기록 성취를 하려고 하다 보면 정말 끝이 없습니다.
끝이 없는 '인정 사다리'에서 내려 오고,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 달리기를 하면 좋겠습니다. 풀코스를 달려도 러너고, 5분만 달려도 러너입니다. 달리는 그 순간에 내가 온전히 살아 숨쉬며 달리는 걸 경험하는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인드풀러닝을 하는 분들은 모두 나만의 달리는 이유, 즐거움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찾아가며, 나를 위한 달리기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함께 충만하게, 나를 위해 달리는 하루 되시길!
김성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