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를 안무하다 - 자각

Listen to your body II

by 김성용

Process init은 새로운 움직임을 찾고자 하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나는 알게 되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어디에서부터 움직임이 시작되는지를 묻는 일이 먼저였다는 것을.


이전에 다른 글에서 소개했던 이태리의 한 유치원 실험이 있다.

아이들에게 같은 향신료를 맛보게 한 뒤, 맵다, 달다, 시다, 쓰다의 강도를 1부터 5까지 표시하게 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같은 것을 먹었음에도 아이들의 반응은 모두 달랐다.

누군가에게는 강렬했던 맛이 다른 아이에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어떤 아이에게는 쓰게 남은 감각이 또 다른 아이에게는 달게 스쳤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했다.

같은 자극 앞에서도 몸은 각자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

경험은 공유될 수 있어도, 감각은 복제되지 않는다는 것.


그 이후로 나는 무용수들이 클래스와 리허설에 앞서 갖는 짧은 시간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그들은 아직 안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천천히 늘어나고, 누군가는 반복해서 접히며, 누군가는 빠르게 털어내고, 누군가는 잠시 멈춰 서 있다.

그 움직임은 배운 동작이라기보다, 지금의 몸이 요구하는 방향에 가깝다.


몸은 매일 다르다.

축적된 피로, 기억, 긴장, 감정이 겹겹이 얹혀

그날의 상태를 만든다.

그러니 몸이 원하는 움직임 또한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나는 조금씩 확신하게 되었다.

움직임의 영감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형식이 아니라, 이미 몸 안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Process init의 첫 번째 과정은 ‘Listen to your body’이다.

이것은 단순한 준비운동이 아니다.

나의 리딩을 따라 무용수는 자신의 몸의 소리를 듣는다.

그 청취의 순간에 몸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지금의 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감각한다.

움직이기 전에 먼저 듣는 일.


나는 그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고유함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되고 있던 감각을 발견하는 일에 가깝다.


조용히 귀 기울이면

몸은 생각보다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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