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를 안무하다 - 공존

빛과 구름 사이

by 김성용

작품 〈Crawl〉은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긴 시간을 다루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 않는 움직임, 즉 버티며 나아가는 몸의 시간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했다. 아부다비를 세 번 방문하게 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이 작품의 단서를 얻게 되었다.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햇빛은 때로 두려울 만큼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나는 그들이 어떻게 이 빛과 공존해 왔는지 궁금해졌다.


역사박물관에서 본 오래된 사진들 속 사람들은 대추야자나무가 만들어내는 한 줄기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바닷가에서는 작은 배가 드리운 좁고 길쭉한 그늘 안으로 들어가 생명을 지켜냈다. 그들은 빛을 정면으로 거슬러 맞서는 대신, 아주 얇은 그늘을 찾아 몸을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낮에는 잠을 자고, 어둠이 내려오면 일을 하며 내일을 준비했다. 피하고, 돌아가고, 기다리면서도 멈추지 않았고, 보호하고 적응하며 자신들만의 시간을 확장해 왔다.


나는 이 느린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또 다른 영감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움직임을 내 몸 안에서 발견하듯이, 일상의 반복 속에서 단서를 찾고자 했다. 매일 세 시간씩 이어지는 출퇴근 운전 속에서,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하늘의 구름이 어느 순간 나의 사유 안으로 들어왔다. 그 흐름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었지만, 오히려 그 반복 속에서 속도의 감각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느린 속도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빠름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빠르다가 느리고, 느리다가 더 느려지며, 멈춤은 또 다른 움직임을 예고하는 속도의 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지는 고정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응축된 시간이었다. 구름은 매일 다르게 변화했고, 내가 멈추면 구름의 움직임이 보였으며, 내가 움직일 때는 오히려 멈춰 있는 구름이 인식되었다. 형태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속도와 정지의 기준은 대상이 아니라 나의 위치와 상태에 따라 달라지고 있었다.


그 지점에서 나는 이 작업의 방향을 보다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빛과 구름, 그리고 몸의 움직임은 서로 다른 현상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태도의 문제였다. 그리고 나는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이 왜 그 강렬한 빛 속에서 살아가며 그것을 견뎌왔는지, 그리고 왜 빛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말했는지를.


어느새 나의 아이폰에는 700여 장의 구름 사진이 남아 있다. 사진 속 구름은 정지된 이미지로 저장되어 있지만, 내가 경험한 구름은 언제나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 움직임을 붙잡기 위해 사진을 찍었는지도 모르지만, 결국 남은 것은 붙잡히지 않는 시간의 흔적이었다. 〈Crawl〉은 어쩌면 그 움직임을 소유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연습에 가까운 작업이었다. 느리게 흐르지만 끝내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나는 빛과 구름 사이를 지나가며 나의 몸이 선택하는 속도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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