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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드셔야 좋습니다

스토리#37

by 차나처

눈은 휑하니 십리는 들어가고 머리는 까수수한 아주 초췌한 모습으로 퇴근합니다.

야근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은 항상 그런 것 같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밥을 먹습니다.

꿀맛입니다.

티브이를 보며 밥을 먹는데 티브이에서 방송인들의 먹방이 나옵니다.

밥을 먹으면서 티브이 속 음식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 뱃속에는 살 부자 거지가 들어앉아 있나 봅니다.

한참 먹을 것에 집중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패랭이꽃님이 낙상 사고가 나서 응급길로 가셨다는 내용입니다.


흔히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요양원에선 똥 많이 쌀 까봐 밥을 조금 준대"

참 기막히고 억울한 말들입니다.


패랭이꽃님은 식탐이 많은 분입니다.

적당량을 드셨어도 다른 어르신 식판에 있는 음식을 손으로 집어 마구 드십니다.

식사 시간에 우리는 패랭이꽃님에게서 시선을 떼면 안 됩니다.

80kg이 넘는 육중한 체구의 패랭이꽃님은 무릎관절 3번, 고관절 2번, 요추협착증 1번 무려 6번의 수술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집에서는 식사 조절해 드리기 힘들어 요양원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처음 오셨을 때에는 낯설으셔서 그런지 우리가 드리는 것만 드시고 더 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숙해 지자 더 달라고 하시고 안 드리면 화내시고 심지어 다른 어르신 식판에 손 대시기도 하십니다.

체중이 줄지 않으면서 오늘 아침 사고도 그냥 걸어가시다 주저앉으셨는데 일어나시지 못해 응급실로 가셨다고 합니다.

잘 드시면 얼마든지 더 드릴 수 있으나 하체가 체중을 버티지 못해서 병세가 악화될 수 있으니 요양하는 우리로선 식이 조절을 해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식사 수발 드릴 때 우리는 어르신들이 잘 드셔야 좋습니다.


말하기 좋아하시는 분들의 말 때문에 열심히 힘들게 일하시는 요양보호사들이 가족들에게 나쁜 사람으로 비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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