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들. 만남부터 *나게 어려운 것을
만남부터 존나게(브런치에 이런 단어를 써도 되는 걸까?) 어려운 것을, 유행가 가사는 만남이 쉽다는 거짓된 주장으로 기어코 내 마음을 찢어놓았다. 도대체 만남이 어디가 어떻게 쉽단말인가. 내 이 분노가 정당치 못한 것은 아니리라.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있는 게 없다면 그런 것이 더더욱 당연하니까.
소개한다. 집도 차도 애인도 없다. 친구는 있지만 적다. 없다고 하면 한 줌 되는 친구들에게 미안해지니 그렇게는 적지 않는다. 그나마 있는 직업은 계약직이다! 그러니까 집도 절도 없다는 표현이 적합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모은 돈도 없다. 사는 도시에는 인프라도 없다. 시골 사니까. 그러니까 골똘히 생각해 보니 나는 없는 여자고, 굳이 있는 걸 따지자면 대출, 지병, 모 중국 쇼핑몰과 에로 시작하는 네 글자짜리 쇼핑몰에서 사모은, 한철 지나면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옷가지 정도가 되겠으니 굳이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
신년을 맞아 소매를 걷어붙이고 사람을 좀 만나볼까, 자기계발을 좀 해볼까 이런 생각에 야심 차게 들어간 영어회화 스터디에서는 세 달을 채 버티지 못했다. 스터디의 주최자쯤 되는 사람이 각종 신상 털기 및 매월 오만 원씩 내고하는 유료 스터디의 주최자와 그 스터디원의 관계성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의 발언을 일삼는 선 넘 기계의 아티스트였다는 점은 차치하도록 하자. 그냥 운이 좀 없었다. 이런 운까지 없구나.
그래도 굴하지 않고 이번에는 독서나 글쓰기 모임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는데, 괜찮은 모임들은 전부 수도권에서 퇴근 후 평일 1회 정도 만나는 모임들이 다수였고, 시골 사는 처지다 보니 부담스러워져 온라인 기반 모임을 찾자니 또 마땅히 꼭 맞는 곳도 많지 않았다. 글쓰기 모임은 또 대부분 작가들 대상이 대부분인데, 브런치 몇 편 올려봤다고 나를 작가라고 하자니 나 자신에게도 설득력이 없는 것 같아-설득력도 없구나- 망설여져 선뜻 들어가기 좀 그랬다.
유명한 어플을 깔아보거나 오픈채팅도 뒤적거려 보았지만, 이것도 도시 인근의 만남 기반인 데다가, 대놓고 데이팅이나 연애적 만남을 추구하는 모임이 비율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었다. 더구나 검색창은 친절하게도 모임에 대한 결괏값보다는 관련 게시물로 사기 및 텃세, 모임원들 간의 악다구니 에피소드만 잔뜩 보여주곤 했다. 솔직히 말하면 약간 어디 가면 종이컵에 차 한잔 타주면서 꼭 같이 주는 그 계피맛난 작은 과자를 몇 개나 받아버린 기분이었다. 나 사실 그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이왕 받은 거고 버리기도 뭣하니 손에 꼭 쥐고 있게 되는 바로 그 과자 맞다.
그러니까 우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거다. 누가 만남은 쉽다 그랬냐!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래도 주변에서는 내 나이 언저리에 결혼하고 애도 낳은 사람들이 넘친다. 동갑내기 사촌도 내년이면 벌써 식을 올린다는 소식이다. 그러니 아마도 내 잘못이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어렵다고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괜찮다. 이런 여자도 있는 거다. 아무것도 없어도 그래도 산다. 꽃구경도 아직 못했는데 불어닥친다는 이번 주말의 태풍 같은 이 현실의 찬바람 속에서, 타자기라도 붙잡고 외친다. 그래 나 없는 여자다. 인정하니 웃음이 막 나는 건 왜인지 나도 모르겠다. 실성한 걸까? 뭐 어떠하리, 걱정할 것도 없다.
포기와 분투 사이에서, 이 글이 어디엔가 닿아 있는 존재들로 가득한 이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해줬으면 한다. 외딴섬에 돌로 쓰는 SOS 같은 글자를 어디엔가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