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07

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단편소설

by 김태선



돌아가실 때까지 민서에게 밥을 해 주고 싶다던 엄마는 자식들의 생일날이면 미역국을 끓이고 생선을 굽고 몇 가지 전을 부쳤다. 하지만 어느 시기부터 이제 그만하시라고 번거로우니 밖에서 먹자는 말을 자식들에게 들어야 했다. 돌아가시기 전, 함께 살던 민서에게 밥을 해 줄 수 없어졌을 때 엄마가 말했다. 잔치를 끝낼 시간인 것 같다고.


한참 걸어온 것 같으나 이제는 흔한 편의점도 보이지 않고 고양이도 사라졌다. 붉은 노을만 하늘을 가득 채웠다. 육교 입구에 있을 마쯔리를 놓친 것이 분명했다. 외길이니 다시 돌아가면 될 것이다. 하지만 민서는 곧바로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일본식 지붕을 올린 제법 큰 저택이 식당인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저택을 향해 걸어갈수록 주변의 풍경은 더욱 낯설어졌다. 양쪽 옆으로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길을 걷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까이 비석들이 보였다. 외길로 걸어왔을 뿐인데 표지도 없고 입구도 없는 묘지 안으로 들어왔다. 셀 수 없는 돌비석들, 비석 사이사이에 꽂혀 있던 나무막대기들, 거기 새겨진 검은 글씨. 멀리 있는 비석들이 하늘과 맞닿아 빨갛게 불붙고 있다.


단지 전시회에 온 것이다. 어쩌다 도쿄 지하철을 타고 이곳에 내려 연고 없는 묘지에 발을 들인 걸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점점 가까워지는 저택을 향해 걸었다. 바람이 한 번씩 불 때마다 나뭇잎이 흔들렸다. 회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비석을 빨갛게 비추던 해가 점점 사라지고 나뭇가지에서도 그 빛을 감추었다. 점점이 솟은 비석들이 더욱 짙게 보였다. 마을과 묘지의 경계, 입구나 출구도 없는 장소, 죽음과 삶이 맞붙은 장소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 같았다. 한발을 떼어 놓은 다음에야 그 자리가 죽음의 땅인지 삶의 땅인지 판가름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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