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단편소설
어깨에 멘 배낭이 무겁게 느껴질 때 민서는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저택 앞에 섰다. 큰 문은 닫혀 있었고, 사람이 드나드는 식당도 아니었다. 순순히 몸을 돌려 왔던 방향으로 걸어가며 혼자 말했다. 묘지까지 오다니, 난 마쯔리를 찾아온 거야. 묘지는 상관없다고.
하루토 상에게 다시 길을 물어보려고 배낭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었을 때 그가 식당을 링크한 문자를 보았다. 민서와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보내 주었는데, 민서가 사장과 통화하면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링크를 클릭했을 때 나온 식당은 ‘축제’였다. 흰밥과 불고기 그림이 그려진 흰색 천으로 된 가림막 위로 간판이 있었다. 한글로 ‘축제’라고 쓰여 있는 간판도 글씨도 작았다. 히라가나로 쓰인 ‘마쯔리’만 찾았다. 가림막 위에 있는 작은 간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다는 말에 하루토 상은 이쪽으로 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식당 창가에 앉은 하루토 상이 민서를 보고 손을 들었다. 저녁 무렵의 쌀쌀한 기운을 물리치는 따뜻한 공기와 익숙한 냄새 때문일까. 하루토 상의 웃는 얼굴을 보자 다른 세계를 지나 현실의 목적지에 닿은 느낌이었다. 헤매는 동안 도쿄에 오면서 계획하고 바랐던 목적은 자취를 감췄다. 살아 있는 세상에 합류한 것에 안도 했다.
해가 넘어가고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푸르고 검은빛의 하늘이 유리창 밖으로 보였다. 불고기 정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민서는 약속 시간에 늦은 까닭을 이야기하려다 그만두었다. 묘지에서 벗어났을 때 보이는 집들도 무척 오래되어 보였어요. 세븐일레븐이 있고 집들이 있고 묘지가 있는 동네, 죽은 자와 산 자의 집이 함께 있는 마을이라니, 현실 세계 같지 않았어요. 한국에서는 명절 때 성묘를 가요. 명절을 맞는 절차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이런 말들을 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곳 마쯔리에 있으니 다 괜찮다.
메뉴에 있는 그림을 보면서 하루토 상이 말했다.
“미카와시마역 근방에 제주도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요즘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이렇게 한국 음식을 먹을 만한 곳이 도쿄에도 꽤 있어요.”
“오사카에만 한국인이 많은 줄 알았어요. 여긴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인가요?”
“지금은 자이니치 2세가 주인이에요. 모친이 운영할 때의 맛 그대로라고들 해요.”
“한국 음식을 좋아하시나 봐요?”
사장이 재일교포가 아니냐고 물었던 것을 떠올렸으나 묻지 않았다.
“아내가 이곳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어요. 여기서 아내를 찾았어요.”
“사실은··· 저도 좀 헤맸어요.”
“여기 오시면서요?”
“네 이 식당을 그냥 지나쳤어요. 오른편으로 난 외길을 걷다 보니 넓은 묘지의 한복판까지 가게 되었어요. 아차 싶어서 규모가 큰 저택이 있는 곳에서 돌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