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다다다 만끽한 아야진 해변
다시 올게, 안녕.
by 프리랜서의 일기장 Mar 16. 2024
이런 바다 참 좋구나. 홀로 다다다 만끽하고 오너라
평소에 자주 따르고, 가끔씩 안부인사를 올리는 나의 멘토가 보내온 답장. 어제저녁 어슴푸레한 아야진 해변을 동영상으로 담아 보냈었다.
한동안 되뇌었다. "다다다..." 역시 내가 따르는 이 시대의 최고 문장가가 선택한 단어라 그런지, 어디에다 채집을 해놓고서 두고두고 꺼내보아야 할 것 같았다.
다다다! 이 세 글자 안에는 난데없이 내가 보낸 "카톡!" 안에서 그가 느낀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설렘, 조금 더 거창하게 말하면 만 24살의 청춘이 담겨있다.
오늘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중 '남아있는 것들'을 읊조려보고 싶어서 브런치를 켰다.
남아있는 것들
진은영
나에게는 끄적거린 시들이 남아있고 그것들은 따뜻하고 축축하고 별 볼 일 없을 테지만 내게는 반쯤 녹아버린 주석주전자가 남아 있고 술을 담을 순 없지만 그걸 바라보는 내 퀭한 눈이 있고 그 속에 네가 있고 회색 담벼락에 머리를 짓이긴 붉은 페인트 붓처럼 희끗해진 머리카락을 헝클어놓은 네가 있고, 젖은 바지들의 돛, 아침의 기슭엔 면도한 얼굴로 말끔하게 희망이, 오후가 되면 거뭇거뭇 올라오는 수염 같은 절망이 남아 있고 또다시 아침, 부서질 마음의 선박과 원자로들이, 잘 묶인 매듭처럼 반드시 풀리는 나의 죽음이 남아있고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중
굿바이.
적적했던 나의 3월 동해, 아야진 해변!
치킨 배달비 6천 원이 너무 아까워 사놓았던 맥주만 홀짝 거리는 저녁.